저 여기 있어요.

오랜 세월동안
당신의 부르심을 들었어요.
어둔 땅속에 숨겨져
어느 누구도 제 존재를 알지 못했지만
당신만은 제 숨소리를 듣고 계셨지요.
길고도 긴 시간
당신의 눈길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아무리 차디찬 눈 속에 묻히더라도
홀로 하염없이 바라보시는
당신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얼마나 곤곤한 삶이었는지
컴컴한 감옥에 갇혀 몸부림치면서도,
구차한 목숨을 내던지고 싶을 때도
당신의 그 기다림을 피할 수가 없었어요.
이제 보이시지요?
저 여기 있어요.
당신의 희망이
당신의 인내가
당신의 충실함이
오늘 이렇게 솟아오르게 했어요.
사랑하는 이여,
보세요.
지금 저 여기 있어요.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조금 후면 귀국을 하게 됩니다. 귀국할 때가 되면 마음이 설레지요.
그리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오늘은 한국에 유학간, 작년에 제가 가르쳤던 학생이 방학이라 돌아와 여자친구인 한국여학생과 함께 왔어요. 제가 저녁을 준비해 함께 먹으며 한국에서의 생활에 대해 들었지요. 둘이다 참 착하고 귀여운 학생들이지요.
어제는 주의 공현대축일이었네요.
그래서 예수님을 경배한 왕들의 여정에 머물게 되었어요.
별을 따라 온 박사들의 여정처럼 사람이 되신 하느님을 만날 때까지
어둠 속에서도 별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 우리들의 삶.
비록 소란스런 낮 동안, 신기루처럼 피워오른 수많은 허상들 속에 어지러울 지라도
늘 자신 안에 고요한 침묵의 자리를 마련하고 하느님께 드린 나의 서원의 별을 확인하는 우리 수도자의 삶에 대해서.
성탄절부터 전례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무척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젠 머지않아 그 행복을 맘꼇 누릴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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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푸르름으로 꿋꿋하게 서 있다 해도 내 마음 밭까지 그런 것은 아니에요. 한낮 동안 환하게 비추던 빛 너웃너웃 사라져 가면 내 영혼의 밝은 빛도 한동안 어둠에 잠기지요. 오늘처럼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내 마음 속 기쁨의 물줄기도 잠시 멈춰 가라앉지요. 그대, 이 외로움의 틈새를 채우지 않고 고요히 응시하는 이여, 허나 아침이 오면 내 쓸쓸함에 쳐진 어깨를 자욱한 사랑의 물안개로 한껏 포옹하고 내일이 오면 내 ...
2008.05.13
조회 수: 6066
부활절에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아주었다. (루카,7.45) 당신의 지독한 사랑 앞에서 목 놓아 웁니다. 당신의 끈질긴 희망 앞에서 엎드려 웁니다. 넘어지고 부서지고 찔리고 모욕당하신 내 주 하느님, 눈을 뗄 수 없지만 가까이 가지 못해 내 온 존재를 당신께 드렸으니 당신 발을 닦아드렸던 내 머리카락으로 저승길 되돌아오는 신발 삼으시고 당신 발을 적셔 놓은 내 아픈 눈물로 생명의 강물 흐...
2008.03.23
조회 수: 5637
눈길 내 마음의 하얀 눈길 위에 당신 발자국만을 새겨주십시오. 당신을 향한 세찬 바람으로 다른 흔적은 모조리 지워졌으니 티 없이 쓸어놓은 길 당신만이 밟고 지나가십시오. 내 영혼의 가없이 아득한 길 당신만이 홀로 걸어가십시오. 당신만을 올곧이 바라보는 지금. 다른 곳에 눈길 돌릴 수 없으니 희디 흰 이 비단길 위에 당신 자취만을 남겨 주십시오.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다시 중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중국에 도착한 날, ...
2008.02.28
조회 수: 5217
겨울 들녘에서 -갈대숲- 홀로 나부끼는 갈대보다는 무리진 갈대들이 더 아름답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머리를 돌린 채 불어오는 바람의 가락에 동시에 흔들리고 함께 살아온 날들 앞에서도 지난 삶을 떠나보낸 빈 몸으로 풀풀 흰 머리를 날리는.... 머지않아 여린 풀들 자라나 그 푸르름 온 천지에 가득하면 없었던 듯 가뭇없이 사라져갈 그런 갈대숲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한국에 들어와 피정을 다녀왔습니...
2008.02.02
조회 수: 5583
오랜 세월동안 당신의 부르심을 들었어요. 어둔 땅속에 숨겨져 어느 누구도 제 존재를 알지 못했지만 당신만은 제 숨소리를 듣고 계셨지요. 길고도 긴 시간 당신의 눈길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아무리 차디찬 눈 속에 묻히더라도 홀로 하염없이 바라보시는 당신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얼마나 곤곤한 삶이었는지 컴컴한 감옥에 갇혀 몸부림치면서도, 구차한 목숨을 내던지고 싶을 때도 당신의 그 기다림을 피할 수가 없었어요. ...
2008.01.08
조회 수: 4538
씨앗처럼 작은 모습으로 잉태되어 눈코가 생기고 손발이 생기고 마침내 어머니의 탯줄을 끊고 우리와 똑 같은 모습으로 오신 하느님! 삶의 터전을 잃고 복구할 희망까지 잃어버린 이들, 사방이 철조망에 둘러져 매일 던져주는 물자로 겨우 목숨을 영위하는 이들이 있는 이 땅에 오십시오. 여기저기 폭탄이 터지고 무차별한 총알이 쏟아져 죽어버린 가족을 안고 울부짖는 이들. 양심을 팔 수 없어 죽음보다 더 지독한 수치를 당하며 ...
2007.12.19
조회 수: 5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