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부활절에
부활절에
그동안
동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버지는
태초의 그 모습으로
생명이 끊긴 아들의 몸에
숨을 불어넣고 계셨을까?
아니면 날개를 편 채
알을 품고 있는 암탉처럼
온 열기를 불어넣으며
아들의 몸을 껴안고 있었을까?
당신이 떠난 후
영혼의 항아리
아무리 눌러 슬픔을 곰삭이려 해도
기억의 창고 더듬고 더듬어
아무리 차곡차곡 정리하려 해도
순식간에 모든 것이 뒤엉켜
후회와 한숨만이 남아
당신 누우신 동굴 앞에서
굳게 닫힌 문만을 원망하는 저에게
당신은
희미한 안개를 벗겨내며
향기 가득한 아침을 열고
용서의 위대한 힘으로
이 세상을 밝히며
사랑으로 제게 오셨습니다.
+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한국에 들어와 있으니 자연이 먼저 부활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 자연을 감사하면서도 저는 아직 꿈 속에서도 중국 생활이 나타나니 적응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아마 벗어나기엔 너무 긴 세월을 그곳에서 보냈기 때문이겠지요. 또한 이곳의 변화도 만만치 않고요. 이 또한 제가 겪어야할 몫이겠지요. 꽃들과 초록빛 작은 잎들의 등장이 너무나 신기하고 기특합니다. 아름다운 이 빛들을 봄을 느낄 수 없는 분들에게 부활의 선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이 게시물을
그 사흘동안 그 사흘동안 어머니는 아드님의 부활을 기다림으로 키워내고 있었지요. 그 사흘동안 베드로는 스스로를 손가락질하며 가슴을 뜯고 있었지요. 그 사흘동안 제자들은 떠나온 곳을 향해 처진 어깨로 길을 떠났고 그 사흘동안 유다스는 피묻은 돈을 움켜지고 온몸을 떨고 있었지요. 그 사흘동안 빌라도는 판결 내린 손을 들여다보았고 그 사흘동안 대사제와 원로들은 ‘혹시 혹시’ 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지요. 그 사흘동안 ...
2012.04.05
조회 수: 4810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이틀 전, 대학 신문사에서 함께 기자를 했던 선배언니를 만났습니다. 그 언니가 38년 전, 대학때부터 보냈던 내 모든 편지를 보관하고 있다가 돌려주어 요즘 시간있을 때면 읽고 있습니다. 엣 생각이, 그리고 그 때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 그 때 읽었던 책, 보았던 영화, 들었던 이야기, 그 때 나의 느낌. 너무 새롭고 전혀 기억이 안나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망각이 좋은 것일 수도 있구나, 시간의 흐름이...
2011.12.17
조회 수: 4894
가을 나무 같은 나무에 붙어 있어도 잎이 변해가는 순간은 모두 다르지요 같은 바람인데도 잎들이 떨어지는 모습은 제각각이지요. 아직도 그 초록빛이 남아 여전히 아쉬운 듯 매달려 있거나. 황홀하게 불타올라 빙글빙글 춤추듯 내려앉고 때론 상처로 구멍이 송송 뚫려 쓸쓸하게 떨어지는 잎까지도. 한 찰나에 한 줄기 바람의 손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데려가는지. 저물어가는 이 가을 간절히 바라고 있지요. 언제 건 가야할 순간 ...
2011.12.07
조회 수: 6617
여행 중에 길과 만나는 사람이 늘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도 그 안에 담겨진 이유가 무엇인지 찾지 못해도 함께 있으나 오히려 쓸쓸한 마음이 슬며시 바람을 일으켜도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려 합니다. 이제는 머지않아 다시 갈 수 없는 곳이 되고 그리워도 만날 수 없는 이들이니 꿈을 꾸지 못하는 이 시간일지라도 깊은 숨으로 맞아들이려 합니다. (2011. 10.9 밤기차 안에서)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학교 개교 기념일이 끼어...
2011.10.11
조회 수: 6273
이 강물의 끝에 이 강물의 끝에 정말 바다가 있겠지요. 애절한 그리움의 노래를 부르며 있는 힘을 다해 흘러가는 이 강물의 끝에 정말 하늘과 맞닿은 바다가 있겠지요. 갈 길을 막는 바위는 그 끝이 허망한 모래톱이라 하고 발길을 붙잡는 풀들은 그냥 이 웅덩이에 머물라고 하네요. 이 강물을 타고 흐르고 흐르면 정말 푸르고 푸른 바다가 있겠지요. 바닥까지 내려앉은 깊은 슬픔을 포근히 안으며 수없이 스스로를 달래며 확인하고...
2011.08.26
조회 수: 6748
부활절에 그동안 동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버지는 태초의 그 모습으로 생명이 끊긴 아들의 몸에 숨을 불어넣고 계셨을까? 아니면 날개를 편 채 알을 품고 있는 암탉처럼 온 열기를 불어넣으며 아들의 몸을 껴안고 있었을까? 당신이 떠난 후 영혼의 항아리 아무리 눌러 슬픔을 곰삭이려 해도 기억의 창고 더듬고 더듬어 아무리 차곡차곡 정리하려 해도 순식간에 모든 것이 뒤엉켜 후회와 한숨만이 남아 당신 누우신 동굴 ...
2011.04.26
조회 수: 6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