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가 이 설날에 떡국 한 그릇이라도 먹게 하소서 시린 눈빛을 나누고 쓰라린 가슴을 안아주며 둥그런 상 앞에 앉아 서러운 입김을 나누게 하소서 밖에 흰 눈 펄펄 날리고 칼날 바람 무섭게 할퀴어도 작은 온기나마 나누려 쪽문을 열고 키 작은 의자라도 내놓게 하소서 고명도 얹지 못한 가난한 떡국 한 그릇 멸치국물에 파뿌리만 떠있어도 두고 온 고향 생각에 목메어 말 한 마디 나눌 수 없더라도 오늘 이 세상 어느 곳에서나...
2015.01.01
조회 수: 1326
상실의 슬픔이 진주로 빛나고 상처 난 아픔이 불꽃으로 타오르는 오늘, 사랑하기에 영겁의 시간을 기다릴 수 있고 그리워하기에 세월을 비껴 희망할 수 있는 이 자리에, 당신은 오셨습니다. 지푸라기 같은 인생들이 당신 구유를 받치고 살아 숨 쉬는 생명들이 커다란 진리의 별 아래 모여든 이 밤. 밥이 되기 위해 누추한 그릇 안에 누운 힘없고 초라한 갓난아기로 당신은 오셨습니다. 전 존재를 던져 뜻에 응답한 어머니 마리아의 ...
2014.12.25
조회 수: 1321
나를 드린다는 것은 당신께서 밝혀놓은 생명의 불씨 꺼트리지 않는다는 것. 당신이 지펴놓은 불꽃에 나를 녹여가며 온전히 사라질 때까지 타고 타오르는 것 어느 날, 문득 불어오는 유혹의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거려도 희망의 숨결 사그라져 깜박거릴 때도 머지않아 다가올 향기로운 입김 목매여 기다리면서 혼(魂)의 심지 부러뜨리지 않고 끝까지 곧추 세우는 것. 나를 드린다는 것은 당신 사랑의 불꽃 내 등잔에 담아 높이 등경위...
2014.11.29
조회 수: 1348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채 바다 위 참사로 가족을 잃어 입술이 트고 갈라지고 눈물마저 말라 울 수조차 없는 이들이 있는 한 송전탑 건설로 빼앗기게 된 터전 떠나지 않으려 쇠사슬로 묶고 떠메어가며 울부짖는 이들이 있는 한 강대국을 위한 기지 건설로 구럼비 바위가 파괴되고 평화로운 바다에 배를 띄우다 무참히 끌려가는 이웃들이 있는 한 당신을 사랑한다고 대답할 수 없습니다. 머리 빡빡 밀고 의무를...
2014.09.02
조회 수: 2156
부디 행복하길 어둠의 길 뒤로하고 빛의 길 걸어가길 슬픔의 눈물 닦고 해맑은 웃음 웃길 부디 기억하길 사랑했던 이들과 고운 추억들 햇살 뿌리며 살아왔던 순간들을 사랑으로 자라난 시간들과 순수함으로 꽃피던 날들을 부디 용서하길 차디찬 물속에서 간절히 뻗친 두 손을 잡지 않았던 어른들을 사랑한다고 고백한 애잔한 목소리에 아무런 응답도 해주지 못한 우리들을 시대의 어둠이 내 가슴에 더 깊은 어둠으로 쌓여가고 이웃...
2014.05.14
조회 수: 4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