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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튼 수녀회

너머 너머에


너머 너머에


 



다들 어디로 갔을까요?


홀로 남겨져


너무도 막막해


마른 풀만 뜯고 있습니다.




 


지금은


가야할 길마저 너무 아득해


고개조차 들고 싶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죽지 않기 위해


아무런 향기도 맛도 느낄 수 없는


이 풀이라도 먹을 겁니다.



 


그 다음엔


기억 속의 별 하나


눈물 속에 떠올리며


몸을 돌려 세울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안간 힘을 다해


저 황량한 사막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입니다.


 


(2010년 5월 15일)


 


+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지난 겨울 사촌 오빠인 사진 작가이자 치과 의사인 이상득 선생님을 만나러 서초동에 있는 제중치과에 갔을 때 벽에 걸린 위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오빠와는  서로의 내면을 깊이 나눌 수 있었는데 오빠가 사진작가가 된 후 오빠의 사진들은 때로 제게 보는 즉시 시를 쓰게 만드는 영감을 주기도 해왔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오빠는 자신의 사진을 보고 쓴 제 시들을 몹시 마음에  들어하고 서로를 알아보는 느낌이랍니다.  그 날 이후 사진이 주는 인상 때문에 오랜 동안 가슴에 담게 되어 가끔씩 위의 사진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그 날 오빠는 몽골에서 찍은 이 사진의 제목이 '초현실,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황량한 사막에 스며든 빛이 너무나 아름다워 우리 삶의 현실처럼 고통과 빛이 함께 공존하는 강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일이 성령강림대축일이고 성령의 은총으로 가슴앓이 하는 모든 이들, 오해와 기억으로부터 오는 상처 때문에 아픔 속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치유가 이뤄지길 기도합니다.

이곳 아파트 밖에 나일락이 피어 향기가 날리고 있습니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향기도 날아가고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게  하는 악취도 날릴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내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향기롭고 다른 이를 치유하는 것이길 간절히 성령께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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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박보나
  • 2010.05.23
  • 수정: 2010.06.19 04:04:07
수녀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지요. 마틸다, 보나 모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늘 수녀님을 기억하면서도 연락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몇 달전에 언니분 뵙고 반가웠습니다. 책도 많이 주셔서 넘 감사했구요.
항상 건강하시도록 기도중에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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