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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튼 수녀회

어느 가을날


어느 가을 날

 

어느 가을 날,

산을 오르며

친구가 말했지요.

 

우리

해가 질 때처럼

아름답게 살다 가자.

 

다가오는 어둠에

자리를 내놓으며

마지막 순간을

가장 아름답게 장식하는

떨어지는 해처럼

우리

그렇게 가자했지요.

 

우리가 힘겹게 올랐던

버겁고 거대한 산.

이제는 시그러지는 숨결을 가다듬으며

서서히 내려가고 있는 이 길.

머지않아 끝날 이 길.

 

몇 년 전,

죽을 목숨 붙들어 놓았던

사랑하는 친구가

속삭이듯 말했지요.

 

우리

해가 질 때처럼

그렇게

아름답게 살다 가자.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요즈음 이곳 학교도 단풍이 아름답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비까지 내려 그 선명함을 더해주었지요.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영원의 문을 더 그리워하게 되면서 마지막을 정말 아름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합니다. 육체의 쇠진함 속에서도 영혼이 더 빛을 발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니 갈수록 자신에게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일까요? 불타는 사막을 맨발로 건너왔는데 이제는 노년의 강물을 따라 힘겹게 노를 저어가고 있네요. 가슴에 사랑의 노래만이 남길 희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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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엘리사벳
  • 2006.11.27
  • 수정: 2007.02.17 22:45:45
수녀님의 시를 읊조리면 마음이 따뜻하게 녹아내립니다..악의에 찬 순간일 때 하느님을 느끼게 하는 다리처럼...
시를 닮은 수녀님의 맑은 웃음소리가 느껴집니다..늘 이렇게 그리움이 묻어납니다..수녀님의 시를 읽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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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수녀
  • 2006.11.27
  • 수정: 2007.02.22 03:05:39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 안에서 함께 걸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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