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들녘에서

겨울 들녘에서 -갈대숲- 홀로 나부끼는 갈대보다는 무리진 갈대들이 더 아름답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머리를 돌린 채 불어오는 바람의 가락에 동시에 흔들리고 함께 살아온 날들 앞에서도 지난 삶을 떠나보낸 빈 몸으로 풀풀 흰 머리를 날리는.... 머지않아 여린 풀들 자라나 그 푸르름 온 천지에 가득하면 없었던 듯 가뭇없이 사라져갈 그런 갈대숲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 ||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한국에 들어와 피정을 다녀왔습니다.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고 수도회 정신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신원사를 따라 오른 계룡산 산책길을 점심 후 매일 걸었습니다.
산을 오르는 중간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바위에 앉아 ' 마음에 각인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듣게 되었습니다. 나무도,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물도 모든 게 그 자리에 있음이 행복이고 하느님께 받은 게 많아 불릴 곳도 많다는 사실이 행복임도 알게 되었습니다.
'갈대숲' 이란 위의 시는 산책길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숲을 바라보면서 쓴 것입니다. 홀로 중국에 있으니 함께 있음이 얼마나 좋은지를 생각하곤 했고, 이곳에 돌아와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늙어가는 동료가 있음이 얼마나 은총인지를 새삼스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뒤따르는 후배들이 자라남도, 머지않아 그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사라질 우리의 운명도 축복된 아름다운 삶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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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푸르름으로 꿋꿋하게 서 있다 해도 내 마음 밭까지 그런 것은 아니에요. 한낮 동안 환하게 비추던 빛 너웃너웃 사라져 가면 내 영혼의 밝은 빛도 한동안 어둠에 잠기지요. 오늘처럼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내 마음 속 기쁨의 물줄기도 잠시 멈춰 가라앉지요. 그대, 이 외로움의 틈새를 채우지 않고 고요히 응시하는 이여, 허나 아침이 오면 내 쓸쓸함에 쳐진 어깨를 자욱한 사랑의 물안개로 한껏 포옹하고 내일이 오면 내 ...
2008.05.13
조회 수: 6066
부활절에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아주었다. (루카,7.45) 당신의 지독한 사랑 앞에서 목 놓아 웁니다. 당신의 끈질긴 희망 앞에서 엎드려 웁니다. 넘어지고 부서지고 찔리고 모욕당하신 내 주 하느님, 눈을 뗄 수 없지만 가까이 가지 못해 내 온 존재를 당신께 드렸으니 당신 발을 닦아드렸던 내 머리카락으로 저승길 되돌아오는 신발 삼으시고 당신 발을 적셔 놓은 내 아픈 눈물로 생명의 강물 흐...
2008.03.23
조회 수: 5637
눈길 내 마음의 하얀 눈길 위에 당신 발자국만을 새겨주십시오. 당신을 향한 세찬 바람으로 다른 흔적은 모조리 지워졌으니 티 없이 쓸어놓은 길 당신만이 밟고 지나가십시오. 내 영혼의 가없이 아득한 길 당신만이 홀로 걸어가십시오. 당신만을 올곧이 바라보는 지금. 다른 곳에 눈길 돌릴 수 없으니 희디 흰 이 비단길 위에 당신 자취만을 남겨 주십시오.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다시 중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중국에 도착한 날, ...
2008.02.28
조회 수: 5217
겨울 들녘에서 -갈대숲- 홀로 나부끼는 갈대보다는 무리진 갈대들이 더 아름답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머리를 돌린 채 불어오는 바람의 가락에 동시에 흔들리고 함께 살아온 날들 앞에서도 지난 삶을 떠나보낸 빈 몸으로 풀풀 흰 머리를 날리는.... 머지않아 여린 풀들 자라나 그 푸르름 온 천지에 가득하면 없었던 듯 가뭇없이 사라져갈 그런 갈대숲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한국에 들어와 피정을 다녀왔습니...
2008.02.02
조회 수: 5583
오랜 세월동안 당신의 부르심을 들었어요. 어둔 땅속에 숨겨져 어느 누구도 제 존재를 알지 못했지만 당신만은 제 숨소리를 듣고 계셨지요. 길고도 긴 시간 당신의 눈길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아무리 차디찬 눈 속에 묻히더라도 홀로 하염없이 바라보시는 당신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얼마나 곤곤한 삶이었는지 컴컴한 감옥에 갇혀 몸부림치면서도, 구차한 목숨을 내던지고 싶을 때도 당신의 그 기다림을 피할 수가 없었어요. ...
2008.01.08
조회 수: 4538
씨앗처럼 작은 모습으로 잉태되어 눈코가 생기고 손발이 생기고 마침내 어머니의 탯줄을 끊고 우리와 똑 같은 모습으로 오신 하느님! 삶의 터전을 잃고 복구할 희망까지 잃어버린 이들, 사방이 철조망에 둘러져 매일 던져주는 물자로 겨우 목숨을 영위하는 이들이 있는 이 땅에 오십시오. 여기저기 폭탄이 터지고 무차별한 총알이 쏟아져 죽어버린 가족을 안고 울부짖는 이들. 양심을 팔 수 없어 죽음보다 더 지독한 수치를 당하며 ...
2007.12.19
조회 수: 5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