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에
별을 발견하고
그 별을 따라 걸어온 이 삶의 끝에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좁은 문으로 들어가
겨자씨 한 알 키워내며
거침없이 걷다가
때론 절름거리며
한동안은 잠에 빠지기도 한 일생.
별의 인도가 끝날 무렵
헤어진 옷이 부끄럽지 않고
앙상한 몸, 무릎으로 걷더라도
가슴 깊이 심어놓은 겨자씨 자라
하늘 한 조각 가리고
작은 새들 앉아 쉴 수 있기를.
나를 인도한 별
당신 나라에 닿아 시나브로 사라질 때면
당신 앞에서
내 그리움의 눈물
소박한 꽃으로 피어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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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야할 때가 가까워졌어요. 나를 키운 이 나무에서 떨어져 찬란한 햇살 눈부시게 퍼지는 곳 그리운 이들이 서로 껴안은 곳 그곳으로 보내주세요. 이 삶 동안 사랑으로 타오르는 불꽃 그 안에 머문 꽃다운 시간도 많았지만 당신이 나를 설레게 하는 동안에도 쪼아대는 벌레가 괴롭히곤 했어요. 별빛과 여윈 달빛마저 없는 날에는 습관처럼 간직한 갈망으로 애타게 당신을 찾곤 했지요. 지나고 보니 어둔 밤도 참 좋았어요. 이제...
2019.08.10
조회 수: 1346
하늘에는 경계가 없다. 구름도, 바람도 강물에는 막힘이 없다 새도, 물고기도 그러나 이 땅은 철책으로 가로막히고 사람들 마음마저 금이 그어져 있다.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의 달 녹빛 산들 사이로 같은 지향 같은 사랑으로 걷고 또 걸으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두 손 모은 시간 먼저 함께 걸어가는 이곳의 우리 형제자매들 서로에게 발맞추듯이 머지않아 남과 북이 서로 손잡고 그렇게 나아갈 것이다. +나의 하느님은 하...
2019.05.09
조회 수: 1206
오늘 다시, 당신께서 처음 부르셨던 그 바닷가에 섭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을 따르라는 맣씀을 듣던.... 삶의 고비마다 당신의 사랑에 응답하기 위해 얼마나 자주 이 바닷가에 왔었는지, 내 손에 쥐어진 것이 허무의 바람임을 내 눈에 보이는 것이 한낱 신기루임을 뒤돌아보면 모든 것이 소금기둥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 얼마나 번번이 이 바닷가를 찾았는지 사랑의 주님, 당신은 아십니다. 모든 것이 쓰레기로 보일 만...
2019.04.25
조회 수: 1235
사순절에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일상에 대한 기억들. 결코 버릴 수 없는 몸이 습득해버린 사소한 동작들. 힘든 날. 한쪽 다리엔 두려움의 진흙덩이를 달고 다른 쪽엔 근심의 모래주머닐 매고 절뚝절뚝 걷고 있는 날들. 한 손으론 길을 가로막는 거미줄을 걷어내고 다른 손으론 얼굴을 때리는 잔가지를 헤쳐 내며 진땀을 줄줄 흘리며 빛을 향해 나아가는 하루 또 하루들. 무너지지 않고, 멈추지 않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아가는 것은 ...
2019.04.07
조회 수: 1015
별을 발견하고 그 별을 따라 걸어온 이 삶의 끝에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좁은 문으로 들어가 겨자씨 한 알 키워내며 거침없이 걷다가 때론 절름거리며 한동안은 잠에 빠지기도 한 일생. 별의 인도가 끝날 무렵 헤어진 옷이 부끄럽지 않고 앙상한 몸, 무릎으로 걷더라도 가슴 깊이 심어놓은 겨자씨 자라 하늘 한 조각 가리고 작은 새들 앉아 쉴 수 있기를. 나를 인도한 별 당신 나라에 닿아 시나브로 사라질 때면 당신 앞에서 내 ...
2019.01.05
조회 수: 692
갈라지고 부서진 틈새를 찾아 뿌리를 내리는 작은 풀꽃처럼, 깨어지고 상처 난 구석을 찾아 깊이 스며드는 빗물처럼, 하느님! 당신은 그렇게 오셨습니다. 아픈 상처는 수치가 아니라 찬란한 별일 수 있음을, 쓰린 생채기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빛나는 햇살일 수 있음을, 이 땅의 슬프게 웅크린 영혼들에게 저 하늘의 꽃을 애써 건네주시려고 하느님, 당신은 낮고 낮은 이 우주의 한 모퉁이를 찾아 어린 순으로, 여린 물살로, 고요히 ...
2018.12.24
조회 수: 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