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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튼 수녀회

3월 3일 연중 8주일(다해) - 이영수 신부님 강론
  • 홈지기
  • 2019.03.07 21:01:55
  • 조회 수: 954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놓은 말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속에서, 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언어의 나무들을 둘러봅니다.

 

  남의 음주운전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안타까운 소식을 가끔 접하면서 이렇게 죽은 사람이

얼마나 억울할까 생각합니다.

요사이는 남을 비방하는 댓글로 자살하기도 하고, 말 한마디 잘못으로 맞아 죽기도 합니다.

말 한마디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을 당하고 슬픔을 주기도 하며,

긴 밤을 지새우면서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말 한마디가 많은 사람에게 기쁨과 위로와 힘을 주기도 합니다.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고 성서는 이야기 합니다.

 

  기원전 175년에서 기원전 270년 사이에 쓰인 집회서의 말씀은, 그 기나긴 역사의 시공을 뛰어넘어

우리 마음속 깊이 파고들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체로 치면 찌꺼기가 남듯이 사람의 허물은

그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말을 듣기 전에는 사람을 칭찬하지 마라, 사람은 말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집회서 28장 같은 장에서는 이런 말도 나옵니다.

매 맞으면 매 자국이 날 뿐이지만 혀에 맞으면 뼈가 부러진다.”

칼에 맞아 죽는 사람이 많지만, 혀에 맞아 죽은 사람은 더 많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오랜 경험에서 얻어지는 말씀들이 한국말처럼 한마디의 말이

천 냥 빚을 갚는다는 격언처럼 성서에는 말에 대한 많은 격언들이 있습니다.

 

  3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말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상처받고 고통당하고 살아왔는가?

또한 말 한마디 때문에 하루해가 얼마나 빨리 지나가고 기쁨이 벅차 오고 위로와 힘을 주고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해 주는가? 이런 일들이 우리 생활 속에서 특별히 가정 안에, 교회 공동체 안에서,

세상 안에서 흔하게 있습니다.

말은 사람의 됨됨이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그러죠,

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안다는 것이 오늘 성서의 가르침입니다.

 

  오늘 복음에는 소경의 비유와 들보의 비유가 나옵니다. 두 가지 비유 모두 그 뜻은 명확합니다.

남의 길잡이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눈을 떠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남의 허물을 보고 지적하기에 앞서 자신의 허물을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신 의도는 그 당시 유대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인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행동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예수님은 종종 율법의 세칙에 얽매여,

율법의 참뜻을 보지 못하면서도 하느님의 뜻을 전부 아는 양 행동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예수님은 소경이라고 질책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오늘 소경의 비유와 들보의 비유는

먼저 백성의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잘못 즉,

스스로 남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에 사로잡혀 있고, 자신들을 의인으로 착각하고 자신을 반성하기에

앞서 남을 판단하는 지도자들의 잘못에 대한 질책입니다. 우리 속담에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의 모습은 보지 못하고, 모든 허물과 탓을 남에게만 돌린다는 것이지요.

자신은 먼저 보지 못하고 남을 항상 먼저 보는 대들보와 티끌에 대한 예수님의 이 가르침을 주시면서

그런 사람들을 향해서 위선자라고 그러죠.

 

남을 판단하는 일, 남을 비방하는 말은 모든 불화의 시작이 됩니다.

남을 판단하는 일은 하느님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말로 인한 실수가 얼마나 많은지

성서는 말을 특별히 조심하도록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제 사순절이 곧 시작됩니다.

말로 인한 실수나 말 때문에 남이 당하는 이 고통이 없나를 살피면서 우리가 만나는 사람마다

기쁨이 되어 주는 말,

남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 주는 말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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