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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튼 수녀회

20170415 주님 부활성야 - 이영수 신부님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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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4.17 19:40:26
  • 조회 수: 1313

부활성야

 

우리는 어두운 밤에 촛불을 밝혀 들고 부활하신 그리스도 우리의 빛이심을 고백하였습니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오, 참으로 복된 밤, 이 밤은 거룩한 밤, 무덤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 인류를 밝게 비추시는 샛별이여, 그리스도께서 영원히 살아 계시고 다스리시나이다. 알렐루야.

 

갈바리아가 결코 종말이 아니었습니다. 어둠이 겉이고 날이 밝자 암흑에 살던 우리가 보았던 중의 가장 찬란한 아침이 온 것입니다. 낡은 세상이 끝이 나고, 새 세상이 시작되었습니다. 공생활 중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증거와 표징을 요구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언제가 놀라운 증거와 표징을 볼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모든 인류에게 격려와 희망의 표징 불멸하는 영원한 생명의 표지, 악을 이기는 선의 표지, 완전한 실패에서 솟아나오는 성공의 표지가 되었습니다. 

 

기나긴 겨울이 가고 새봄이 오듯, 어두움은 가고 새벽이 오기 마련입니다. 고통에 지친 사람들에게 밤은 끝없이 긴 것처럼 여겨지고 새벽은 올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밝아오는 새벽을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주님은 오늘 밝아오는 찬란한 새벽을 여셨습니다. 내가 세상을 이겼다!

 

사실 부활이라는 사건은 사람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시체의 소생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그 과정을 따져 깨달을 수 있는 무엇도 아닙니다. 사실 내가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이 세상에 보이는 것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믿는 일입니다. 부활신앙은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지만, 또 하나의 현실이 있다는 것을 믿는 일입니다. 부활신앙을 갖는다는 말은 희생, 봉사, 나눔, 투신, 섬김, 기도가 가치 있고, 우리의 삶을 보람 있고 의미 있고 가치 있는 풍요로운 삶이라는 것을 믿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활신앙은 빛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만드는 빛입니다.

그래서 이 밤에 빛의 축제를 했습니다.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목숨의 끝이 절망이나 실패로 끝나지 아니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뻐할 수 있는 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할 수 있는 생명력에 관하여 오늘, 부활은 선포합니다.

 

따라서 부활은 십자기를 지고, 오르막 길 위에서 맛보는 황홀함입니다. 죽음을 통해 찾아오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부활은 십자가 안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 얻는 기쁨입니다.

 

결국 인간은 나 때문에 살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애초 아니었습니다. 인간은 너를 위해 살도록 만들어진 존재들이었습니다. 사람은 철저하게 너를 위해 살 때만 참되게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존재들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가르쳐 주신 분이 십자가를 통해서 얻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이십니다.

 

'내가 죽는다.’라는 의미는 나 때문에 사는 삶을 중단하는 것, 그리고 나의 이익이 아니라 철저하게 너를 위해 사는 삶을 시작할 때, 부활의 삶이 시작됩니다. 십자가 없이는 부활이 없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파스카의 신비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의 밀알의 법칙대로, 나를 죽이고 나누고 베풀어서 30배, 100배의 열매를 맺는 목숨이 바로 새로운 생명, 부활의 생명입니다. 부활은 철저한 이기심을 깨뜨리고 심지어 그를 위해 이제는 내가 죽을 각오가 되어있을 때, 비로소 그도 살고 나도 살 수 있는 생명의 방식입니다. 이 부활의 방식을 이해할 줄 알아야I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그리스도가 사신다.”는 성서의 말씀과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이야기가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부활은 참으로 살 맛 나는 '삶의 이야기’ 입니다. 부활은 죽은 시체들이 관 뚜껑 열고 걸어 나오는 소생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부활은 지독하게 안 죽으려 하는 나를 죽이고, 이제부터는 오직 너를 위해 살기로 작정할 때, 비로소 체험하게 되는 기쁨입니다.

 

오늘 그분이 우리들 안에 부활하십니다. 신앙과 희망의 기운으로, 우리가 살아내는 사랑의 삶이 바로 우리가 증언하는 부활의 증거물이 되게 합시다.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가 전한 것도 헛된 것이요, 여러분의 믿음도 헛된 것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신 바오로 사도께서는 희망에 관해서도 똑같은 강도로 단언하십니다. "만일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가 이 세상에만 희망을 걸고 있다면 우리는 누구보다도 가장 가련한 사람일 것입니다.”

 

죽음과 무덤조차 가로막을 수 없는 이 위대한 희망을 우리는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삶에서 “우리는 아무리 짓눌려도 찌부러지지 않고 절망 속에서도 실망하지 않으며 궁지에 몰려도 빠져나갈 길이 있으며 맞아 넘어져도 죽지 않습니다.”하고 자신 있게 바오로 사도처럼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엄청난 은총을 우리는 세례를 통해서 얻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렇게 해서 새로운 삶 속으로 들어오신 분들에게 이렇게 선언하십니다.

 

“이제는 여러분이 죄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종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로 여러분은 거룩한 사람이 되었고, 마침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되었습니다.”(로마 6,22)


이로써 인생도, 역사도, 세상 모든 것이 의미를 얻고 다시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진실로 우리는 “알렐루야”의 기쁜 노래를 드높이 부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조용히 부활이 주는 이 큰 기쁨과 희망의 축제를 하루 행사로 끝내지 않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참고 견딘 나무마다 더욱 현란한 빛깔의 꽃을 피우는 이 이름다운 계절에 찾아온 예수님의 부활의 기쁨이 우리 공동체안 에 충만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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