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봉헌축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주님 봉헌 축일인 오늘을 “봉헌 생활의 날”로 정하시고 봉헌 생활을 하는 모든 신앙인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청원하셨습니다. 오늘 봉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초”입니다. 〈봉헌과 빛의 관계〉는 아주 뚜렷합니다.
봉헌된 곳에 빛이 있습니다. 초는 빛을 냅니다. 하지만 자신을 ‘봉헌’해야만 빛을 밝힐 수 있습니다. 소금은 짠 맛을 냅니다. 하지만 자신을 ‘봉헌’해야만 그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봉헌은 모든 생명이 가지고 있는 그 진가를 가장 제대로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그 행위는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됩니다.
예수의 봉헌, 마리아의 봉헌, 시메온의 봉헌 그리고 한나의 봉헌을 통해 그리스도 예수가 우리의 빛이심이 드러났습니다. 시메온의 노래도 바로 이 빛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시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는 영광입니다.”(루카 2,2-32) 시메온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 찬가는 봉헌을 통해 인류가 만나게 된 구원의 ‘빛’을 드높입니다.
가장 아끼던 아들 이사악을 나에게 바치라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 하느님의 명령 앞에서 차라리 자기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수천 번을 울었을 아브라함의 봉헌이 기어이 그를 영원한 구원, 믿음의 아버지로 남게 하였듯이 봉헌은 사실 나의 가장 소중한 것, 그것마저도 내가 주인이 아님을 깨우치게 합니다. 봉헌은 참으로 하느님께서 <나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나의 것, 나의 모든 것을 사용하실 수 있도록 내어드리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봉헌은 뺏기는 것이 아닙니다. 봉헌은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 선선한 선택을 통해, 인간은 자신이 가진 참된 모습을 제대로 만날 것입니다.
세상을 밝게 하는 것이 봉헌이고 남을 빛나게 해주는 것이 봉헌입니다. 그 봉헌이야말로 참된 빛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