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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튼 수녀회

봉헌축일을 나의 봉헌잔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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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03 07:39:44
  • 조회 수: 4325

22일 주님봉헌 축일미사

 

성탄시기의 마지막은 공현 대축일로 끝이 나지만, 사실 주님 탄생의 마무리는 성탄 40일 후인, 오늘 22, 어머니 마리아께서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신 이날에 비로소 성탄의 신비가 마감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든 종교에는 그 나름의 제사 의식이 있고, 제사에는 제물 봉헌이 있습니다. 구약성서에는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서 모태를 열고 나온 맏아들은 모두 나에게 바쳐라. 사람뿐 아니라 짐승의 맏배도 나의 것이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곡식도 맏물, 즉 첫 수확을 하느님께 바쳤습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만물의 주인이심을 믿는 신앙의 표현입니다. 이 규정을 따라 오늘 주님께서 성전에 봉헌되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은 예수님의 부모들이 모세의 법이 명하는 대로 아기를 예루살렘 성전에 봉헌했다는 내용입니다. 아들이 태어나면 출생 40일만에, 딸이면 출생 80일 만에 어머니는 정결례 절차를 밟아야 하고 맏아들을 봉헌하는 것이 당시 유대교 법입니다. 사실 신앙생활은 봉헌생활이라 할 것입니다. 내가 내 자신의 주인 노릇을 내려놓고 하느님께서 내 인생의 주인이 되실 수 있도록 봉헌하는 일, 실은거기에 내 신앙의 정도, 깊이가 달려있습니다.

아기 예수를 받아 안고 감격에 찬 노래를 부르는 시메온도 이미 하느님께 봉헌된 사람이었고, 또 한사람, 여든 네 살에 이르도록 과부로 지내며 성전을 떠나지 않고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던 하나 라는 여자 예언자 또한 하느님께 봉헌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주님 봉헌 축일인 오늘을 봉헌 생활의 날로 정하시고 봉헌 생활을 하는 모든 신앙인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청원하셨습니다.

오늘 봉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입니다. 오늘은 통상적으로 한 해 동안의 전례나 가정에서 기도 때 사용하게 될 초를 축성하는 날입니다. 과거 교회가 오늘을 마리아 빛의 축일로 기념하였던 흔적이 남아있는 까닭이기도 하지만, 잠시만 생각해 보면 봉헌과 빛의 관계는 아주 뚜렷합니다. 초는 빛을 냅니다. 하지만 자신을 봉헌해야만, 바쳐야만 빛을 밝힐 수 있습니다. 소금은 자신을 봉헌해야만 그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봉헌은 모든 생명이 가지고 있는 그 진가를 가장 제대로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그 행위는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됩니다. 예수의 봉헌, 마리아의 봉헌, 시메온의 봉헌, 그리고 한나의 봉헌을 통해 그리스도 예수가 우리의 빛이심이 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시메온의 노래도 바로 이 빛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시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는 영광입니다.” 시메온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 찬가는 봉헌을 통해 인류가 만나게 된 구원의 빛을 드높입니다.

그러나 일반 종교에서 봉헌은 인간이 신에게 무엇을 바치는 행위입니다. 인간은 그 바침으로서 신의 마음에 들고 신은 그에게 어떤 혜택을 줍니다. 우리가 이 세상의 높은 사람 혹은 강한 사람으로부터 혜택을 받아내기 위해 취하는 행동과 같습니다. 신에게 먼저 무엇을 바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신으로부터 받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대교로부터 비롯된 봉헌은 그 의미가 전혀 다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그 마음을 움직여서 혜택을 받아낼 대상이 아닙니다. 신앙은 인간이 하느님을 변하게 하는데에 있지 않고, 하느님으로 말미암아 인간이 변하는데에 있습니다. 인간이 하느님에게 세상 사물을 봉헌하는 것은 하느님의 눈길을 받고, 그 사랑으로 우리도 남과 세상을 하느님의 눈길로 보고 하느님의 뜻대로 사용하겠다는 약속의 행위입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을 때 하느님에게 봉헌된 사람들입니다. 이런 의미로 오늘 교회의 오랜 관례에 따라서 앞으로 일년동안 사용할 초를 오늘 축복하여 성당과 각 가정에 비치합니다. 하느님에게 봉헌된 우리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촛불입니다. 그래서 우니는 성당 전례때나 가정에서 함께 기도할 때 즐겨 촛불을 밝힙니다. 우리가 세례에서 봉헌되었다는 사실은 세상에 하나의 빛으로 남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신앙생활은 봉헌 생활의 연속입니다. 우리의 생명과 재산과 세상만물은 우리 인간을 위한 하느님의 선물이며, 하느님이 주시는 축복입니다. 그러기에 모두가 하느님의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제사를 봉헌하면서 이를 표시하는 뜻으로 감사의 뜻으로 제물을 봉헌합니다. 그러므로 신명기의 말씀대로 너희 하느님을 잊지 말라는 가르침은 우리의 생명은 재물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온전히 달려있음을 나타내는 표시로 우리는 제사를 드리고 제물을 바칩니다. 세상의 제물과 생명은 오직 하느님이 주시는 것이고, 하느님의 것임을 잊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제물봉헌의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봉헌은 참으로 하느님께 나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나의 것, 나의 모든 것을 사용하실 수 있도록 내어드리는 일입니다. 그래야 봉헌의 삶은 맡김의 삶일 수 있고, 의탁의 삶일 수 있고, 은혜의 삶일 수 있습니다. 맡긴다, 그린다 하면서도 여태껏 자기 것에 전전긍긍하고 있다면 나는 아직 봉헌하지 못했습니다. 봉헌은 우ᅟᅯᆫ래 하느님의 것을 다시 하느님께 돌려 드릴 수 잇는 기쁨이라고 생각합시다. 나의 봉헌은, 나의 봉사는 그래서 내가 기쁠 수 있는 길이요,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시다. 그 정동 될 때, 이 주님 봉헌 축일은 나의 봉헌 잔치로 이어질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봉헌한 이 초들이 일일이 켜질 때 하느님, 그분이 드러날 수 있도록 살아가기로 우리의 수도 서원을 갱신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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