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떠나는 날에
삶이 소풍이 아니고
크고 작은
가시덤불 무성한 길이었어도
당신 앞에 설 때
그리움으로 흘린 제 눈물만을 보시고
저를 받아주시겠습니까?
흐르는 시간의 물결 속에
제 존재
이끼 낀 돌멩이로 남았어도
당신을 닮고 싶어 닳고 닳은
제 푸른 멍만을 보시고
저를 품어 주시겠습니까?
푸른 하늘이 부끄럽고
스쳐가는 바람에 사라지길 바랐던 날들
오르막길 두려워 망설이고
내리막길에도 넘어져 버린
어리석었던 순간들
머지않아
이승의 벼랑 끝에 설 때
빈손으로 얼굴 붉히지만
사랑의 불꽃만은 꺼트리지 않으려는
제 땀만을 보시고
저를 안아주시겠습니까?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이곳 본원에 와서 여러 수녀님들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족들, 친구들, 지인들, 제자들을 만나면서 참으로 긴 세월을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목요일 지리산 ‘정령치’ 라는 곳으로 분원 소풍을 다녀왔는데 아픈 다리 때문에 등산을 못한 저를 위해 함께 머물러 준 두 분 수녀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어제는 씨튼 가족 모임이 있었고 떠나는 시간에 세찬 바람 속에 비가 내려 그분들의 여행길이 안전하길 기도했습니다. 이 모임을 위해 오신 선배수녀님 두 분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후배 수녀님은 조금 전, 서울로 떠나셨습니다. 성모님의 달인 5월, 먼저 가신 어르신들이 그리운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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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작고 너무 낮아 아픔의 함성 들리지 않기에 다사로운 햇살에 의지하여 우리끼리 뭉치고 서로 서로 얼굴 부비며 깊고 뜨겁게 모였습니다. (4.10)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촛불을 밝혀들고 광화문에 수만 명이 모였음을 보고 있습니다. 수녀원 뜨락 한 구석에 핀 꽃무리를 보면서 작은 자들의 ‘연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것은 아름답고 이 작은 것들이 모일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역사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2015.04.19
조회 수: 1075
이 바다 속에 손을 넣으면 출렁이는 물결 너를 쓰다듬어줄지 몰라 이 바다에게 말을 건네면 철썩이는 파도 네게 전해줄지 몰라 네가 좋아하는 꽃을 던지고 네가 즐겨듣던 노래를 틀면 들고 나는 물길에 네게 닿아 안기고 오고가는 바람에 네가 따라 부를지 몰라. 저 붉은 해 저물어 가면 한 맺힌 가슴에서 솟구치는 분노의 불꽃 이 땅 거짓을 밝히고 짙은 어둠 그치지 않으면 피 말리며 키워온 희생의 불씨 무섭게 살아나 꿈으로 행...
2015.04.19
조회 수: 1159
좁고 가파른 길 끝 어둠으로 막혀있는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빛으로 열린 문이 있음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요? 사랑으로 찢긴 상처가 훈장으로 반짝거리고 아픔으로 흘렸던 눈물이 진주로 빛남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요? 지고 온 크고 작은 십자나무에 붉은 꽃, 흰 꽃이 피어나고 애타게 불렀던 그리운 당신의 모습을 얼굴 맞대고 보게 됨은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요? 홀로 춥고 외로웠던 시간들 속에 이미 당신과 내가 하나였고...
2015.04.04
조회 수: 1045
녹슬어가는 배보다 더 빠르게 삭아버린 우리들의 기억들 너무나 빨리 손을 흔들어버리곤 안일한 일상에 젖어든 우리들 가족들의 가슴은 새카맣게 타들어가 바다 속 어떤 것도 먹지 못하는 날들이 하염없이 계속되는데 생명을 담보로 한 단식도, 억울함을 밝히려는 십자가 행진도, 무릎이 무너져 내리는 삼보일배의 그 간절함도 못 본 척하며 점점 무디어 가는 우리들의 얄팍한 기억들. 고통 받는 이 앞에선 중립이 없다던 프란치스...
2015.03.31
조회 수: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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