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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튼 수녀회

“ 너희들 모두, 다 어디 있느냐?” -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며 -

녹슬어가는 배보다

더 빠르게 삭아버린 우리들의 기억들

 

너무나 빨리 손을 흔들어버리곤

안일한 일상에 젖어든 우리들

 

가족들의 가슴은 새카맣게 타들어가

바다 속 어떤 것도 먹지 못하는 날들이

하염없이 계속되는데

 

생명을 담보로 한 단식도,

억울함을 밝히려는 십자가 행진도,

무릎이 무너져 내리는 삼보일배의 그 간절함도

못 본 척하며 점점 무디어 가는

우리들의 얄팍한 기억들.

 

고통 받는 이 앞에선 중립이 없다던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의 울림도

어느덧 가슴 속에서 사그러져 가고

 

가족이 어떻냐는 교황님의 물음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던 우리들.

 

실종자들을 기다리는 팽목항에선

기다림에 피맺힌 목소리 그치지 않고

죽지 못해 사는 가족들의

한 맺힌 부르짖음 귓가에 선한데

 

사람으로 차마 하지 못할 언어폭력과

찢긴 마음보다 더 지독한 조롱거리 행위들 앞에서도

합리화라는 겉옷을 두르고

스스로를 속이며 머뭇거리는 우리들.

 

이익을 위해서라면 눈물 연기도 서슴지 않고

하늘이 아는 기막힌 진실을 묻어가며

 엄청난 일들을 유통기간 지난 폐기물로

간단히 처리해 버리려는  지도자들을 보면서도


드높이 깃발을 들지 못하고

가진 것을 잃을까 눈을 감는 우리들.

 

오늘,

어디를 둘러봐도 수많은 십자가 우뚝한데

당신을 따른다는 신앙인들이 이처럼 많은데

 

아직도 여전히

사랑과 진실에 목마른 버림받은 예수는

피를 흘리며 울부짖고 있다.

 

너희들 모두, 다 어디 있느냐?”

 

(2015년 성지주일에)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이곳  본원의 우리 수녀님들이 삼배일보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리 수술로 함께 걷지 못하는 저는 이렇게라도 그분들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고통 받은 이와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최소한 마음을 다하여 기도로나마

동참하는 것이 이 성주간의 우리의 일이란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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