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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튼 수녀회

2022년 한가위 미사 - 이영수 신부님
  • 홈지기
  • 2022.09.10 22:50:53
  • 조회 수: 1136

한가위 미사

무더웠던 여름의 끝자락에 서면 어김없이 찾아온 서늘한 바람과 함께 한가위 명절을 맞이합니다. 오늘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대로, 모든 것이 풍요롭고 넉넉함이 넘쳐나는 추석 한가위 날입니다.

 

고향의 들판은 모진 태풍에도 영글어 가는 곡식으로 풍성합니다. 나무에는 과실들이 주렁주렁 달렸고요. 밭에는 온갖 가지 채소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 농부들이 열심히 땀 흘린 덕분이지만, 무엇보다, 하느님께서 지켜주시고 가꾸어주신 덕분이지요. 그래서 기름진 곡식과 수확의 기쁨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햇곡식으로 조상의 은덕을 기리며 드리는 오늘 추석 한가위 미사에 온 가족이 모였습니다.

 

오늘처럼 형제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쁨과 형제애를 나누는 이 명절은 사실, 매 주일 하느님의 자녀들이 모여 바치는 주일 미사의 반영이기도 합니다. 이날은 어려웠던 타향살이, 고생스러웠던 농사일, 땀 흘렸던 노동, 이 모든 것이 사라지고 감사와 기쁨과 나눔의 즐거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이날의 기쁨을 온 가족이 나누면서 생명을 물려주고 사랑으로 길러주신 조상과 부모님을 기억하는 아름다운 효임을 길렀습니다. 특히 유교 문화의 전통 속에서 효를 인간의 근본도리로 삼아 온 우리 민족은 명절이면 조상을 공경하는 차례를 지내오고 있습니다. 차례상 대신에 지금 우리는 조상들을 기억하면서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추석 한가위는 온 가족과 함께 사랑의 축제 날이며 모두가 받아들여졌음을 축하하는 이웃과 함께 하는 날이며, 하느님과 함께하는 교회의 축일이기도 합니다. 오늘 교회는 이 뜻깊은 날에 인생의 추수인 종말의 의미를 상기시켜주고 있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셈 바쳐야 하는가를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오늘 루카 복음은 재물의 축적이 인간의 삶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과 죽음 앞에서 재물의 축적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를 묻고 있는 어리석은 부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추석날 고행의 들녘 앞에서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풍성한 소출을 주신다는 것과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창고에 쌓아 놓으라고 주신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누어 먹으라고 주신다는 점입니다.

 

사실, 인생의 위대한 성취는 우리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인간성은 주는 행동에서 가장 활짝 꽃핀다고 합니다.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미소, 악수, 포옹, 사랑의 말, 선물, 우리의 삶의 일부 등을 줄 때, 우리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의 삶의 모습은 나누어주는 삶에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진정한 기쁨, 행복, 내적 평화는 우리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줄 때이기 때문입니다. 열매를 맺고 풍성한 수확을 걷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는 동안 뿌려진 씨앗이 죽어야 한다는 진리가 사실이기를 믿으십시다.

 

이 가을, 단풍과 떨어지는 낙엽 그리고 한줄기 가을바람을 통해 하느님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사랑에 감사드릴 수 있는 또 하나의 가을의 기도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저는 금년 뜻깊은 한가위 명절에 전신마비가 된 불구의 몸으로 입으로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시인이자 화가인 호시노 토미히로의 시, “민들레라는 시 한 수를 선물로 드립니다. 장애의 몸이지만 영혼안에서 그는 무한한 자유인이라고 소개한 류해욱 신부님의 책, 그대는 받아들여 졌다에서 따왔습니다.

 

언제였던가./ 너희가 하늘을 나는 걸 봤단다./ 바람에 실려

소중한 것 하나만 지니 채/ 훨훨 길을 떠나는 모습이

마냥 기쁘기만 보였단다./ 사람에게도 꼭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하잘것없는 것들을 모두 버리고 나면 나도

하늘 높이 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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