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새해 첫 주일입니다. 올해도 우리 모두 주님의 사랑 안에서 복 많이 받으시고 기쁨과 평화가 넘치시기를 기원합니다.
복이라는 것이 믿는 이들에게는 힘들고 어려워도 그 안에 감추어 계신 하느님의 사랑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 복이요, 외롭고 눈물 나도 우리와 함께 동행하시는 주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것이 참 복입니다. 그런 의미로 성탄은 하느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복덩이로 오셨음을 기념하는 축일이었습니다.
오늘 주님 공현 축일은 주어진 구원과 복을 찾아 나선 사람이 있었다는 것과 그들이 그 복을 찾아 결국 얻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축일입니다.
아무리 큰 복덩어리라도 그것을 손안에 넣지 못하면 나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 복은 얻기 위해서 희생을 각오해야 합니다. 신앙의 선조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그 복을 찾아 나선 첫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메시아를 기다린 것은 유대인이었지만 그 메시아가 찾아와서 실제로 만난 백성은 이방인이었던 세분의 왕이었고, 순박한 목동들이었습니다. 사실, 하느님은 겸손한 사람, 가난한 사람들을 이끄시고 그 복을 주십니다.
오늘 복음의 동방박사 이야기는 바로 예수님을 찾아온 첫 사람이 이방인이었음을 우리에게 강조하면서 하느님의 구원과 기쁜 소식이 유다의 국경을 넘어서 이방인들에게 까지 전해졌다는 구원의 보편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의미로 주님 공현이라고 합니다. 베들레헴에 태어나신 그분은 참으로 우리 모든 이를 비추이는 참 빛이시고 만민의 구세주가 될 분이심을 우리에게 드러내 보여줍니다.
오늘 복음을 자세히 보면 예수 성탄이라는 엄청난 사건 앞에서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 세 종류의 사람들이 있음을 봅니다. 첫째는 헤로데왕과 같이 적의에 찬 태도를 보입니다. 이들은 언제나 남을 괴롭히고 남을 죽이는 사람들입니다.
둘째 부류의 사람들은 바로 당시의 종교 지도자들, 제사장과 율법학자들과 같은 신앙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성서를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메시아가 어디에서 날것인가를 잘 알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일에 바쁜 그들은 이런 일들에 대하여 무관심한 태도를 취합니다. 자기 이익만 챙기는 사람들입니다.
셋째 부류의 사람들은 바로 오늘 축일의 주인공인 세분의 왕들입니다. 서양에서는 현자라고 하고 박사라도 불리어집니다. 그들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아기 예수님을 만나, 감격과 기쁨을 누렸고 아기에게 경배를 드리고 예물을 드리고 돌아간 사람들입니다.
이 이야기는 마태오복음사가의 신앙고백이기도 합니다. 즉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을 인도해 주시고 온갖 위험에서도 우리를 건져 주시고 끝내 하느님을 만나게 해 주신다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은 이렇게 시대의 징표를 통해서 하느님을 만나는 사람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에 당신 자신을 들어내 보여주십니다. 특별히 교회를 통해서 전례와 성사들을 통해서,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며 봉사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을 만납니다.
이제 여기서 새 예루살렘인 교회의 사명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라는 ‘빛’을 받아들여 그 빛을 모든 사람들에게 밝게 비추는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세상의 희망과 축복의 축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일어나 비추어라는 예언자의 외침은 오늘 하느님이 우리에게 하시는 호소입니다. 빛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오늘 우리는 동방박사들에게 배워야 합니다.
그들은 무엇인가를 찾으며 추구하고 끊임없이 찾는 사람입니다. 그것을 얻기 위하여 죽음을 무릅쓰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먼 길을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짐승처럼 먹고 마시는 일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늘 생각하면서 원대한 꿈을 꾸고 살던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우리의 빛으로 드러내신 것처럼 우리의 믿음과 사랑을 전하는 한 해가 되도록 합시다. 오늘 예수님은 우리에게 당신이 참으로 누구이신가를 들어내 보여주십니다. 그분을 따라 우리도 하늘나라의 아버지를 뵙겠다는 그날까지 참고 견디어내는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올 한 해를 새롭게 다시 시작하십시다. 주님은 우리의 진정한 별이요, 우리가 평생 걸어가야 할 길이십니다. 우리 마음 안에 환하게 떠 있는 그분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새해를 걸어가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