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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튼 수녀회

바람부는 날
  • 홈지기
  • 2019.08.27 20:16:55
  • 조회 수: 697

이경민 수녀님, 시 

 

이제 가야할 때가 가까워졌어요.

나를 키운 이 나무에서 떨어져

찬란한 햇살 눈부시게 퍼지는 곳

그리운 이들이 서로 껴안은 곳

그곳으로 보내주세요.

 

이 삶 동안

사랑으로 타오르는 불꽃

그 안에 머문 꽃다운 시간도 많았지만

 

당신이 나를 설레게 하는 동안에도

쪼아대는 벌레가 괴롭히곤 했어요.

 

별빛과 여윈 달빛마저 없는 날에는

습관처럼 간직한 갈망으로

애타게 당신을 찾곤 했지요.

지나고 보니 어둔 밤도 참 좋았어요.

 

이제 이 거대한 우주에서

사라져야할 때가 가까워졌어요.

나를 감쌌던 모든 것에

따뜻한 안녕을 고하고

당신이 데려가는 데 어디든

내 존재를 내려놓을 거예요.

 

꽃들이 황홀한 춤을 추는 곳,

사랑하는 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

아직까지 가 본 적이 없는 그곳으로

이젠 낡은 내 육신의 수레를

서서히 밀고 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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