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
이경민 수녀님, 시
이제 가야할 때가 가까워졌어요.
나를 키운 이 나무에서 떨어져
찬란한 햇살 눈부시게 퍼지는 곳
그리운 이들이 서로 껴안은 곳
그곳으로 보내주세요.
이 삶 동안
사랑으로 타오르는 불꽃
그 안에 머문 꽃다운 시간도 많았지만
당신이 나를 설레게 하는 동안에도
쪼아대는 벌레가 괴롭히곤 했어요.
별빛과 여윈 달빛마저 없는 날에는
습관처럼 간직한 갈망으로
애타게 당신을 찾곤 했지요.
지나고 보니 어둔 밤도 참 좋았어요.
이제 이 거대한 우주에서
사라져야할 때가 가까워졌어요.
나를 감쌌던 모든 것에
따뜻한 안녕을 고하고
당신이 데려가는 데 어디든
내 존재를 내려놓을 거예요.
꽃들이 황홀한 춤을 추는 곳,
사랑하는 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
아직까지 가 본 적이 없는 그곳으로
이젠 낡은 내 육신의 수레를
서서히 밀고 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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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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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9일(목)-고요한 진리 : 마카리오 신부님 강론
홈지기
20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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