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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튼 수녀회

4월29일(부활 제5주일) - 허찬 신부님 강론
  • 홈지기
  • 2018.04.29 23:12:16
  • 조회 수: 848

제 경험담을 시작으로 오늘의 강론을 시작할까 합니다.

제가 본당에 있었을 때에 어느 날 사목회가 열렸습니다. 사목회가 진행되던 중에 한 분께서

강하게 발언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헌금과 교무금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 성당 언젠가는 망합니다!!!” ‘성당이 망한다?’ 저는 성당이 망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봤습니다. 사목회가 마무리 되고 끝날 때쯤 해서 그분께 마침기도를 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으셨던 그분은 일어나서 기도를 바치는데,

얼굴이 빨개지면서 성모송을 잘 바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은총이.... 태중에 모시던...” 성당에 들어오는 교무금과 헌금이 줄어들어 이제 곧 성당이 망한다고

하셨던 그 분은 교회의 기본적인 기도문조차 외우지 못해 말을 더듬고 계셨습니다. 알고 보니

그분은 신앙심도 없었으며, 술자리가 좋아 성당에 나오는 분이셨습니다. 사업을 하다 보니 자신이

가진 사업 마인드로 성당을, 교회를 바라보셨던 분이셨습니다.

 

지금 그 성당. 어떻게 폭삭 망했을까요? 지금 그 성당은 교육관 및 성당 안 리모델링을 해서

새롭게 단장하였고, 옆 동네에 신설 본당까지 세우려 준비하고 있습니다.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성당이 망하는 지름길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교무금도 헌금도 아닌

이처럼 성당에서 미사 참석하는 사람들 마음 안에 하느님이 계시지 않았을 때 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느님 안에 머물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 가지처럼 하느님에게서 떨어져 나갔을 때.

그래서 하느님이 계시지 않았을 때, 그것은 더 이상 성당이 아니지요.

그런 성당은 망한 성당인 것입니다.

 

이처럼 신앙인인 우리 마음 안에 하느님이 계시지 않으면, 그리고 그 분 안에 머무르지 못하면

하느님편이 아닌 그 반대편에 선 것과 마찬가지인데요, 이냐시오 성인은 영신 수련 안에서

두 개의 깃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최고 사령관이신 우리 주 그리스도의 깃발과 인간 본성의

불구대천의 원수인 루치펠의 깃발을 묵상(영신수련 #136)하게끔 인도해줍니다. 하느님 안에

머물지 못하고 반대편에 머무는 것은 바로 악마 편에 서 있는 것으로 보았지요. 이 대목에서

성인은 자신의 부하들에게 인간들이 교만해지게 만드는 방법을 조언하는 사탄을 상상해 보라고

권합니다.

 

영신수련 #142. “마귀들의 설교인데, 어떻게 사람들을 그물과 오랏줄로 덮치라고 일러주는지를

생각한다. 그가 보통 하는 것처럼 먼저 사람들을 재물에 대한 탐욕으로 유인하고, 그들을 세상의

영심으로 그리고 다음에는 한껏 부푼 교만에로 더 쉽게 이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첫 단계는 부, 둘째는 명예, 셋째는 교만이며, 이 세 단계로부터 다른 모든 악행들로

이끄는 것이다.”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영적 독서 안에 이런 예화가 나와 있었습니다.

어떤 예수회 신부님은 이냐시오 성인의 영신수련과 관련하여 몇 년 동안 여러 권의 책을 냈고,

신문, 잡지, 웹 사이트 등에 글을 기고했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라디오, TV에도 출연하였고,

이냐시오 성인에 대한 자신의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신부님은

여러 가지 일을 하셨다고 합니다. 영성 생활에 관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여러 영혼들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그 분은 믿었습니다. 여러 대중 매체에 참여하여

이냐시오 성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함으로 인해 지인들과 가족, 친구들. 심지어 얼굴 모르는

사람도 이 분께 찬사를 보냈지요. 점차 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분은 이런 성공을

맛보고 난 뒤에 자신의 마음 안에 특권 의식이 스며듦을 깨달았습니다. 미사를 봉헌하면서도

내가 왜 이 공동체 안에서 미사를 봉헌해야 하지? 난 바쁘다고!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왜 수도원 식기 세척기에서 그릇을 꺼내면서 설거지를 해야 하지? 나는 이냐시오 성인에

대해 사람들에게 전해야 될 다른 더 중요한 일들이 있는데?’ 그러면서 자신의 기본적인 일을

점점 등한시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이런 느낌을 인식하고 나중에 영적 지도 신부님을 만났더니 그 신부님이 그러셨답니다.

재물이 있으면 그것이 명예로 가고 그 명예는 곧바로 교만으로 간다네.”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발견하기, 392-394). 교만은 다른 모든 악행들로 가는 지름길이지요.

세속적으로 보았을 때, 이 신부님은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마치 성공한 사람처럼 보였는데,

그 자체가 재물을 얻은 것과 같았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면서 명예가 생겼고,

그 명예로 인해 그 분은 자신이 해야 할 기본적인 일조차 해서는 안 되는 것 마냥 느끼게 되는

교만으로 가게 된 것입니다. 악마는 이러한 교만으로 우리를 이끌고, 여기에 빠지게 함으로써

또 다른 악행들로 가게끔 등을 밀어줍니다.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도 이런 유혹은 늘 다가오고 있기에, 그래서 항상 하느님

안에서 겸손한 모습을 찾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저도 한 때 이러한 유혹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본당에 있었을 때, 옆 본당에 계셨던

선배 신부님이 오셨습니다. 서로 고해성사를 본 다음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제가 약간 분노에 차서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부님, 교회는요, 정말 희망이 없는 것 같아요. 무슨 희망이 있어요?” 그러면서 약간 화를 내며

여러 불평불만을 개가 왈왈 짖듯이 털어놓았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은 그 신부님은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베드로야, 네 얘기 잘 들었어. 네 얘기 들어보니까 정말 교회에 희망이 없는 것

같아. 그런데, 네 말에는 예수님이 안 계시네? 하느님은 어디 가셨지? 하느님 안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희망이 없는 것 아닐까?”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저는 뒤통수를 망치로 하고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요.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하느님을 외면하고 있고, 하느님께 기도드린다고 하면서 그 분께서

가르쳐주신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무신론자와 뭐가 다를까요? 불행하게도 그 때 저는

그 신부님께 교회에 대해 온갖 불평불만을 털어놓았지만, 제 마음 안에는 하느님이 계시지

않았습니다. 사랑이신 그 분이 제 마음 안에 없었으며 오직 저의 눈으로, 인간적인 마음으로만

교회를 바라다보았습니다. 그 분 안에 온전히 머물지 못했습니다. 참으로 교만했지요.

그러한 교만으로 인해 어떤 악행으로 빠지게 될지 두렵기도 하였습니다.

 

오늘 복음 안에서 예수님께서는 포도나무의 비유로 들어 내 안에 머무르라고 하십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요한 15,4)”

 

하느님의 이야기를 하고, 하느님의 언어를 말하지만, 내 마음 안에 교만이 그 세력을 키우게 되면

나 또한 그 분 안에 머무르지 못하기에 결국에는 잘린 가지처럼 밖에 던져져 말라 버리고

마지막에는 그런 가지들과 함께 불에 던져 태워 버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 명성을

얻고, 유명해지며,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료 성직자나 수도자와 다르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능력은 하느님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헛되고 헛된 일일 뿐입니다.

 

그래서 기도합니다. 하느님 안에 온전히 머물기를. 그리고 그 분 안에 머물러서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기도 가운데 간절히 청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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