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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튼 수녀회

20161224 성탄밤미사 - 이영수 신부님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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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2.26 19:59:09
  • 조회 수: 1227

성탄 밤 미사 강론

 

찬란한 밤으로 온 우주를 진동시키시는 신비이신 하느님께서 오늘 이 밤에 몸소 여기 우리를 찾아와 주십니다. 신비이신 아기 구세주 예수님의 평화와 기쁨이 충만히 내리시길 축원합니다.

 

사랑 때문에 한 없이 낮아지신 하느님의 오묘한 신비 앞에 감사 가득한 마음으로 천사들과 목동들과 함께 경배 드리는 고요하고 거룩한 밤입니다.

 

하느님께서 다시 어린 아기의 모습으로 가장 비천한 곳에, 가장 낮추어진 모습으로 오신다는 것에 대하여, 오늘 성탄전야에 그 하느님의 신비를 조금은 깨달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잘난 사람에게는 무력하게 보이고, 도도한 이들에게는 부끄럽게 보이며, 성공에 탐닉한 이들에게는 미련하게 보이는, 이 초라한 구유의 별빛,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밤, 이 빛을 찾아온 길손들인 우리들에게, 작지만 강하게, 초라하지만 떳떳하게, 부족하지만 세상 무엇보다도 빛나는 메시지를 전해주십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너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러 왔다. 모든 백성들에게 기쁨이 될 소식이다. 오늘 밤 너희의 구세주께서 다윗의 고을에 나셨다. 그분은 바로 주님이신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한 갓난 아이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것을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바로 그분을 알아보는 표이다."

 

약함의 표, 작음의 표, 비움의 표, 짐의 표, 낮아짐의 표, 바보라는 표, 손해보는 표, 이것이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표입니다. 이것이 세상을 이기는 표입니다.

 

불의, 부정과 부패라는 어둠에 찌든 세상, 정직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밀려나고 비상식과 비정상의 방식이 오히려 힘을 얻고 위장과 위선의 방식이 도리어 권력을 누리는 거대한 어둠 앞에서, 오늘 우리가 찾아내려는 이 구유의 신비 , 하느님의 신비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이 밤이 전해주는 빛의 메시지는 바로 제 아무리 어둠이 찌들고 암흑이 깊어도 단 한 번도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는 희망에 대한 확신과 긍지입니다. 오늘 우리는 아무도 쳐다봐주지 않았던 식민지의 땅 갈릴래아, 그 중에서도 가장 초라한 고을 베들레헴, 사람이 쉬지도 못할 마굿간, 짐승의 밥그릇에 놓인 아주 작은 아기의 탄생을 조용히 떠올려 봅니다.

 

성탄이 되면 각 성당마다 구유를 꾸미고 가정마다 트리를 꾸미기 위하여 분주하지만, 실상 마구간은 시골집에서도 가장 더러운 곳입니다. 가장 냄새나고 어두우며 추운 곳입니다. 짐승의 입김 외에는 그 어떠한 따뜻함도 기대하기 힘든 그 마구간에서 이 세상 무엇보다도 가장 위대하신 분의 숨결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다시금 오늘 우리의 시선을 저 구유로 옮아가게 만듭니다.

 

우리는 거기서 무엇을 보았습니까? 무엇을 보았기에 무엇을 경배하셨습니까? 우리가 본 것은 오직 하나입니다.

 

자기 뜻대로 살지 못하고 오직 하느님 뜻에 철저히 승복해버린 한 어머니 마리아를 보았고, 아이 놓을 방도 하나 잡지 못해 짐승의 마구간에 의탁했던 무능한 아버지를 보았으며 , 하늘의 길을 물을 줄 알던 겸손했던 사람, 동방의 박사들과 하늘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았던 순박했던 사람, 목동들과 그리고 구유에 누워 있었던 하느님의 한없는 사랑을 보았습니다. 

하느님 앞에 스스로 작음을 고백하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 친히 이 밤, 한 아기의 생명을 통한 당신의 방식 , 한없는 사랑의 신비를 새롭게 보여주십니다.

 

인간 생명의 정수는 잘남이 아니라 못님에 있고, 높음이 아니라 낮음에 있으며 , 유능이 아니라 무능에 있음을 이 성탄은 우리에게 다시금 웅변합니다. 아기의 모습으로 웅변하고, 구유의 모습으로 웅변하며, 이 보잘 것 없는 희망이 저 끝간데 모를 바벨탑의 욕망을 결국 이기고 말 것이라며, 우리 시선을 한 아기로부터 다시 시작하게 합니다. 오늘 밤, 이 성탄, ‘허리 숙인’ 밤으로 들어가도록 합시다. 그리고 한 아기를 품에 안읍시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이 아이는 낮은 모습으로 자랄 것입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이 아이는 승리하는 법을 익히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에 잘 지고 잘 죽고 잘 비우는 법을 익힐 것입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이 아이는 그래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이 어떤 것임을 보여줄 것입니다.

 

우리는 이 아이를 가슴 속에 품고 시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에서 지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고 쓰러지기도 하겠지만, 그 때마다 이 아이는 우리에게 속삭일 것입니다. “나도 그랬다.”고, “그러니 괜찮다.”고, 그리고 “다시 시작하라!”고, 이 아이는 우리에게 희망을 제안할 것이고, 믿음을 북돋울 것이며, 절대로 어떤 순간에도 사랑을 포기하지 말라며 우리의 눈을 바라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이 성탄의 밤에 한 아이를 여러분에게 선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하느님으로부터 시작되었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방식이 하느님으로부터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지금 우리들 인생 안에 새롭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성탄이 우리에게 주는 참 기쁨입니다.

 

하느님 앞에 스스로 작음을 고백하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 친히 이 밤, 한 아기의 생명을 통한 당신의 방식을 새롭게 선물하십니다. 그 선물을 받으십시오. 그리하여 여러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벅차오르는 새로운 탄생의 출발이길 바랍니다.

 

고통 당히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아기 예수님이 주실 수 있는 빛과 평화를 빌며, 우리 모두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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