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2주일 (가해)
오늘은 대림 제2주일. 인권주일입니다. 사람은 존재 자체로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피조물임을 자각하는 날입니다. 신분 국적 빈부를 초월해서 어떤 인간이라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특별한 관심과 기도가 필요한 주일입니다. 은혜로운 대림시기 둘째 주일을 맞이하면서, 인간은 하느님 앞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고, 우리 모두가 한 형제들임을 깨닫는 주일이었으면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성탄이라는 기점을 통하여 우리들이 회개의 삶을 향해 거듭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그래서 교회는 대림절 둘째 주일에 회개하라는 말씀과 함께 두 번째의 촛불을 밝힙니다.
성탄은 메리크리스마스로 끝나버리는 축제일이 아닙니다. 성탄은 새롭게 살고, 거듭나기를 바라는 하느님의 선물이요 기회입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오늘의 제1독서는 장차 이루어질 세상이 어떠할 것인지를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정말 꿈같은 세상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사야는 언젠가 다윗의 아버지, 이사이의 죽은 그루터기에서 새순이 돋아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스라엘을 강한 왕국으로 만들었던 '다윗’과 같은 사람이 등장할 것을 예고합니다. 그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면 새 세상, 꿈같은 세상이 온다는 것입니다. 그는 그 절망의 시대에,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메시아 대망을 노래합니다.
오늘 복음은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세례자 요한의 광야의 외침을 듣습니다. 이어서 세례자 요한는 "너희는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라." 라고 경고합니다.
교회는 매년 대림, 오실 분에 대한 기다림으로부터 한 해를 시작합니다. 기다림 속의 시간은 그냥 흘러가는 시간만이 아닙니다. 새로운 존재, 새로운 변화로의 “되어감”이 포함되어져 있는 의미 있는 카이노스입니다. “되어감”은 대단히 중요한 단어입니다. 하느님은 미완성품으로 인간을 만드셨습니다. 인간 이외의 모든 피조물을 완성품으로 만들었지만 유독 하느님을 닮은 인간만은 자유의지를 줌으로서 책임을 가지고 완전한 인간으로 만들어가는 보람과 기쁨을 허락하시어, 완성품의 인간을, 만들어가도록 하셨습니다.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 아닌 것처럼, 사람 되기를 제대로 기다리고 또 제대로 살아내는 사람만이 그 됨됨이가 시간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법입니다. 제대로 기다릴 줄 알았기 때문이고, 쇄신의 노력과 함께 거듭날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대림시기는 희망이 있고 바램이 있기에 다시 한 번 내 생애의 숨길을 새로운 탄생으로 보듬어내고자 하는 그런 기다림입니다. 사람 사는 일이 다 똑같아 보여도 이 기다림과 이 기대로 충만해 있는 사람들의 인생은 어디가 달라도 다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우리가 대림시기를 시작하며 제단 앞에 보랏빛 촛불을 밝히는 것은 이러한 기다림과 희망에 관한 상징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우리는 세상 안에서가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희망을 다시금 얻을 것이라는 상징입니다. 우리는 세상에서는 실패하고 상처받고 울었을지 몰라도 하느님 안에서는 그 실패를 통해 성공할 것이고 그 상처를 통해 치유 받을 것이며 그 울음을 통해 웃을 것이라는 상징입니다. 참으로 내 안에, 어둠으로 가득 차 있는 내 안에, 믿음이라는 새로운 등불로 내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아는 그런 신앙을 기다리고 준비하고 싶습니다.
그리스도를 만나자, 죽었던 사람도 일어났고, 그리스도를 만나자 울던 이도 눈물을 그쳤습니다. 그리스도를 만나자 의미 없던 사람이 의미를 찾고 목적 없던 사람이 목적을 찾았습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로소 그리스도인이 되어갔습니다. 내가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그래서 그리스도인이 된 것은 내 생애의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그런 그리스도를 이번에 기다리고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대림초가 두 개가 밝혀졌습니다. 어느새 나머지 한 장의 달력도 뜯겨져 나갈 터이지만 그냥 그렇게 이 한 해가 마무리되고 정신없이 또 한 해를 시작하기는 싫습니다.
그러나 실상, 이 대림의 더 깊은 의미는 우리가 누구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일이 중요합니다. 하느님이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돌아오라, 함께하자, 회개하라, 그리도 간절히 그리고 절박히 호소하십니다. 회개하라는 말은 하느님 나라에로 돌아오라는 하느님의 초대장이요, 마지막 기회입니다.
우리 안에, 우리 공동체 안에 예수님을 모시고, 하느님의 나라를 준비하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둡고 답답한 엄연한 인간 현실의 한가운데에 살면서도 자기 자신에만 집착하지 않고, 하느님의 시선으로 주변을 볼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회개는 나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나의 시야로만 내 인생길의 복락을 추구하던 일방성을 접고 이 세상을 하느님의 눈으로 다시금 보게 만드는 일입니다. 당신의 모상을 닮은 존엄한 인간들의 땅이 하느님의 나라가 되는 것이 예수님의 꿈이고 우리의 꿈입니다. 이 꿈을 꾸며 인권주일을 보내고 성탄을 기다리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