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사람으로 오신
당신을 위해
초라한 마구간으로 기다리고
세상 물에 젖은 제 영혼
빛의 입김으로 말리고 말려
당신 누우실 자리를 위해
정갈한 지푸라기가 됩니다.
당신을 호위할 군대라곤
노동에 지친
노곤한 동물들과
하느님을 사랑한 가난한 아버지.
하느님 뜻 따른 소박한 어머니뿐
폭력의 칼날 번쩍이고
거짓과 이기심의 욕망이 난무하는
이 시절. 이 떨리는 계절.
그래도
깊은 어둠 속
당신께 인도할 큰 별은 빛나며
꺼져가는 횃불 지켜내며
묵묵히 길을 걷는 이들
꾸준히 당신을 향하고
평화와 진리, 사랑의 왕이라기엔
너무나 여린 아이로 누워계신
가난한 하느님
이 밤
찢기고 상처 입은 손들이 모여
당신 구유를 받치고 있습니다.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요즈음 이곳 본원이 소재한 광주 대교구에서는 정의평화 위원회 신부님들이 주축이 되어
9일간의 단식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저희 수녀들은 할 수 있는 한 함께하고 특별히 마련된 특강을 통해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며 하느님의 시선으로 이를 해석해 내려하고 있습니다. 어제 식탁에서 저희 수녀들은 본원이 광주인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나누었습니다. 강의를 하시는 모든 강사님들은 이곳이 광주이니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고 더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들 하셨습니다. 대림절이 시작되고 성탄이 다가올수록 제 마음은 더 무거워집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의 리본이 여전히 제 가슴에 매달려 있고 지난 11월 16일 서울광장 미사 때 세차게 쏟아지는 빗속에서 높은 빌딩 옥상에서 흔들리는 두 개의 별. 농성 중인 두 분 형제님들의 불빛이 여전히 가슴에 살아있고, 물대포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임마누엘) 형제님의 억울함이 뇌리를 떠나지 않은데 매일 신나는 뉴스는 하나도 없고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 아파하는 소식만이 들리는 이 시간,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가 시작하는 진정한 성탄이 빨리 오길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