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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튼 수녀회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2025년 12월 24일) - 김정용 신부님(광주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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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26 18:59:52
  • 조회 수: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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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  

- 이사 9,1-6 / 티토 2,11-14 / 루카 2,1-14 -

 

 

우리는 지금,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이 세상의 가장 작은 이로 오시는 순간 앞에 서 있습니다.

지금, 여기 우리 가운데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몸과 마음을 굽혀 맞이하고, 경축합시다.

 

이 거룩한 탄생의 기쁨을 이사야 예언자와 바오로 사도는 오늘 독서에서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노래하고 고백합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어둠이 걷히고 마침내 사람들이 빛을 보게 된 것에 대해 크게 기뻐하며 노래합니다.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이사 9,1-2)

이국땅에서 유배의 고통을 겪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맥락에서 생각하면, 이 말씀이 얼마나 기쁘고 큰 축복이었는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온 천하를 향해 이렇게 고백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티토 2,11)

 

이사야 예언자와 바오로 사도의 이처럼 아름다운 노래와 고백은 오늘 우리가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경축하는 까닭을 밝혀줍니다.

또한 인간이 되신 하느님의 이 거룩한 시간을 새롭게 노래하도록 초대합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마침내 우리 가운데 사시게 된 지금, 이 순간은 곧 우리가, 온 인류가 하느님을 만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요한 1,14 참조)

하느님과 인간이 만나 서로 사랑을 고백하고 노래하는 순간입니다.

그러니 하느님과 인간이 만나는 지금, 이 시간은 세상의 온갖 어둠과 암흑의 밤이 깨어나고, 마침내 세상 사람들을 위한 해방과 구원의 빛이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이 경이로운 순간의 탄생은 바로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께서 세상의 가장 작은 이로 오신다는 것을 뜻하는 육화는, 근본적으로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을 의미합니다.

이 육화, 곧 거룩함과 가장 작음의 결합, 거룩한 존재와 가장 작은 이의 만남은 거룩함의 의미와 작음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변모시킨 것이기도 합니다. 거룩함과 가장 작음은 하느님을 통하여 동의어가 되었습니다.

 

우선 영원한 신비 속의 하느님께서 인간의 몸을 지니게 되셨다는 것을 뜻하는 육화는 그 자체로 하느님과 인간의 경이로운 만남이 이루어진 것을 말합니다.

인간의 몸을 지니게 된 신성, 죽을 운명의 나약한 인간 속에 신성을 품게 된 인성, 그래서 성탄은 이 신성과 인성의 만남이 경이롭게 이루어진 시간을 뜻합니다.

 

이 거룩한 만남의 탄생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는 것 또한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오심,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그 시작부터 장벽에 부딪혔습니다.

요한복음이 증언하는 바와 같이,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고,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습니다.’(요한 1,9-11 참조)

루카 복음에서는 이 탄생의 시간을 더욱 애달프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루카 2,6)

그리고 세상 안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곧 만남의 거절은 예수님께서 평생 겪으셔야 했던 운명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인간의 몸을 지니시고 우리 가운데 사시게 된 것도 만남을 통해서였습니다.

비천한여인(루카 1,48 참조)에 불과했던 마리아는 그러나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응답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과 몸에 받아들여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는 생명을 세상에 낳아주셨습니다.(교회 헌장 53. 56항 참조)

마리아는 하느님과 인간이 만날 수 있는 경이롭고 성스러운 자리, 공간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에서 구체화 되었고, 세상을 새롭게 하는 창조의 힘,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해방의 힘, 인간을 구원하는 은총은 바로 이 만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만남은 또 새로운 만남을 낳고 퍼뜨리며, 세상에 생명을 낳습니다.

주님의 영광이 비추는 빛 앞에서 낯설어하고 두려워하는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에게 주님의 천사는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를 만나게 하고(보게 하고),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0-11)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은 그리스도이신 아기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서 생명과 구원을 만납니다. 그리고 양 떼를 지키는 고단한 목자들이 아기 예수님을 만나는 첫 인간들이 되었다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이는 이제 말 그대로 세상 모든 사람에게 열린 만남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는 이 순간, 주님의 천사가 목동들에게 말씀하시듯 우리에게 전합니다.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바로 이곳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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