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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튼 수녀회

대림 제 1주일 (2024년 12월 1일) - 이영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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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02 01:40:17
  • 조회 수: 2604

대림절이 시작되는 12월 첫날, 오늘은 대림 첫 주일입니다. 대림절은 주님이 오실 것을 기다리며 살던 하느님의 백성들의 오랜 기다림의 세월을 기억하며, 깨어 기다리며 살아야 할 신앙생활의 의미를 다시 상기시켜 주는 절호의 시기입니다.

 

전례주년 다해, 루가복음의 해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삶의 종말을 바라보며 주님이 다시 오심을 기다리며 삶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오늘 루가복음은 이 시기에 우리에게 주님의 재림을 준비하도록 촉구하며, 세상의 종말과 주님의 재림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태양이 희미해지고 별들이 빛을 잃는다고 합니다. 땅에서는 바다와 거센 파도소리에 자지러진 민족들이 공포에 휩싸일 것이고,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리기에 두려움으로 까무러칠 것 이라고도 합니다. 오늘 예수님은 피할 수 없는 세상종말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교회는 대림절 첫날. 왜 종말에 대한 이야기로 겁주려 할까요? 아닙니다. 교회는 다해, 전례력의 시작을 종말을 통해서 모든 것이 사라진 다음 시작될 새로운 세상, 새로운 시작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합니다. 새 세상, 더 나은 세상, 완전히 다른 세상, 하느님의 나라를 꿈꾸며 살아가도록 초대합니다. 어두운 밤하늘에 서광이 비추어 온다고 빛을 향해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고 합니다.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든다는 말은 깨어 일어나 다시 시작한다는 말입니다.

 

신영복 선생의 처음처럼을 다시 외워봅니다.

처음처럼 하늘을 만나는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 가는 끊임없는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면 오늘처럼 대리절의 생활도 끊임없이 시작의 삶을 살라고 재촉하는 표징입니다.

 

루카 복음 21장 마르코 복음 13장은 세상의 종말과 해, , 지진, 재난, 멸망에 대한 상징들을 사용하면서 복음사가들은 바로 희망과 위로를 주려고 합니다. 아무리 해도 바꿀 수 없고,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하느님은 우리를 위해 개입하시며, 희망을 주시려 합니다.

 

그러므로 대림절은 어두운 세상 속에서 인내하고 신뢰하며 기다리는 순례자의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시기입니다. 인생은 그 자체가 기다림이고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십니다. 종말이란 하느님을 대면하는 때이고 구원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지난해를 돌아보고, 부족했던 점을 회개하며 새로운 시작을 다짐합니다. 기도와 묵상을 통해 주님과의 관계를 더욱 깊게 하고 말씀 안에서 힘을 얻습니다. 무엇보다도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작은 나눔을 통해 사랑을 실천합니다. 불안한 미래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주님의 약속을 믿으며 나아갑니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대림 시기는 모든 곳이 사라지고 무너지고, 자 지나간다 해도 우리를 떠받치고 있는 삶의 중심이 무엇인지, 우리의 삶에 의미와 방향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무엇이 영원하고 우리가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할지를 새롭게 묵상하는 시기입니다.

 

대림초가 한 개가 밝혀졌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수많은 어두운 삶에 좌절하고 낙담과 포기가 난무하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 우리가 대림시기를 시작하며 제단 앞에 보랏빛 촛불을 밝히는 것은 기다림과 희망의 상징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 안에서가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희망을 다시금 얻을 것이라는 상징입니다. 우리는 세상에서는 실패하고 상처받고 울었을지 몰라도 하느님 안에서는 그 실패를 통해 성공할 것이고 그 상처를 통해 치유받을 것이며 그 울음을 통해 웃을 것이라는 상징입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바로 신뢰의 사람, 희망의 표시가 돼야 합니다. 이제 우리가 지금, 여기에 하느님의 나라가 우리 안의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 다르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우리의 삶도 세상도 결코 허무로 끝나지 않을 것을, 모든 것이 하느님 나라로 이어질 것을 증언하는 대림시기의 사람이 될 것을 다짐합시다.

 

어느새 나머지 한 장의 달력도 뜯어져 나갈 터이지만 그냥 그렇게 이 한 해가 마무리되고 정신없이 또 한 해를 시작하기는 싫습니다. 오늘 이 희망, 기대, 기다림과 믿음이라는 아름다운 단어들이 다시금 내 안에 굳건히 자리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싶습니다. 우림 모두에게 값진 기다림의 시작이길 희망합니다.

 

마지막으로 대림절 첫날 오늘 루카복음의 주님의 말씀.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라라는 말씀을 들으면서 박노해 시인의 시 한수를 꼭 들려주고 싶네요.

 

하늘을 보아

네가 자꾸 쓰러지느 것은

네가 꼭 이를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 할 길이 있기 때무이냐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은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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