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떠한 것에 ‘아름답다’, ‘그립다’라는 말을 합니다. 이 중 하나는 어머니의 칼질
소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밥때가 되면 어김없이 주방에서 들리는 소리가 그랬던 것은, 당시에는
오늘도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안도감을 주기도 하기도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에,
그 소리를 내기 위한 어머니의 많은 삶이 담겨있었기에, 그 소리가 아름답고, 그리운 소리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은 서로에게 ‘복’을 빌어줍니다. 이를 통해서 상대방이 보다 더 잘 지낼
수 있기를 소망하기에 그럴 것입니다. 우리 역시도 서로에게 ‘복’ 빌어주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가 빌어주는 ‘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아마도 그 ‘복’은 1독서에서 나온
것처럼, ‘그분 안에 머무는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때로 그분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그분이 내 안에, 내 뜻 안에 머무르기를 더 바라며, 또 그렇게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의 적’인 줄도 모른 체 말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분 안에 머무르는 삶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하고, 또 그렇게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그 삶은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삶은 ‘주님의 길을 곧게 내기 위한 삶’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삶은 다른 이들처럼
평범한(?) 삶이 아니라 복음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의 죽음에서까지 볼 수 있는 것처럼, 쉽지 않은,
많은 이들의 반대를 받는, 부정을 당하는 삶이었습니다. 자신의 소명대로 그분의 일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기쁨과 행복도 있었지만, 자신이 살아가야만 하는 삶은 자신의 일을 부정하는, 자신의 믿음을
부정하는, 심지어는 자신의 삶과 자기 자신까지 부정하는 이들을 통하여 고통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한은 서슴지 않고 자신의 믿음을, 자신의 사명을 고백하며 살아갔습니다. 이를
통해 요한은 많은 이들이 그분을 맞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를 시킬 수 있었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까지
구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빌어주는 ‘복’이, 우리가 받아야 할 ‘복’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다시 말하자면, 세상의 어떤 좋아 보이는 것들, 편해 보이는 것들이 아닌 우리의 일상을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바로 각자의 많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소리로 우리에게
편안함과 안정감, 아름다움과 그리움을 주는 어머니의 칼질 소리처럼 말입니다. 요한이 지금
우리에게까지 큰 울림을 주는 것은 구약에서 예언된 사람이기에, 그분에 앞에 그분의 길을 준비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많은 이유 안에서도 살아갔기 때문일 것입니다.
새해를 시작하는 지금! 많은 결심들, 많은 바람들이 있겠지만, 그것들보다 우선 되어야 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일상을 잘 살아가기
위하여, 더 충실히 살아가기 위하여 우리에게 그 ‘복’이, 그 ‘용기’가, 그 ‘힘’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가
그 ‘복’을 우리의 삶에서 살아간다면,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우리에게 맡겨진 이들까지
그분 안에서, 그분의 아름다움 안에서 함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오늘 서로가 서로에 ‘복’이 되어줄 수 있는, 그리고 그 ‘복’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하루가 되시면
좋겠습니다. 또 그러기 위한 ‘은총’을, ‘복’을 청하는 시간이 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