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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튼 수녀회

8월31일(토)-순례 : 마카리오 신부님 강론
  • 홈지기
  • 2019.08.31 19:52:48
  • 조회 수: 2199

어느 날 보니 내가 있었다. 나는 아무런 바람과 의지가 없었는데 세상에 태어나 살고 있다. 그러니

나는 만들어졌고 누군가 나에게 생명을 주었다. 생명이 주어졌으면 그와 함께 시간도 주어진 것이다.

하느님이 나에게 생명과 시간을 주셨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인생은 하나의 긴 순례이다. 순례목적지는 하느님과 그분의 나라이다. 오늘날은

목적지로 가는 길은 물론이고 지금 자신에 어디쯤에 있는지 알아 실패하는 일이 매우 적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묻고, 믿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길을 잘못 들기도 하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다시 묻고, 또 믿고 가야 했다.

 

내 생명의 주인님은 나에게 아주 많은 돈을 선뜻 맡기셨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맡기셨다. 한 탈렌트는 약 10억 원쯤 될 것 같다. 어떤 조건도 분부도 없이 나를 믿고 맡기고 멀리 떠나

가셨다(마태 25,15). 주인님이 더디 오셔서 맡기신 그 돈이 내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시간이 아무리

많이 지나도 그것은 엄연히 주님 것이다. 때가 되면 돌려 드려야 한다.

 

어떤 이는 보관하는 게 부담스러운 지 아무도 찾지 못할 땅 속에 묻고, 어떤 이는 호기롭게 그 돈으로

무엇을 한다. 주인님의 그 돈을 땅 속에 묻는 마음을 아주 잘 안다. 반면 그 큰돈을 막 사용하는 마음은

자신의 능력을 믿는 걸까, 아니면 너그러우신 주님을 믿는 걸까? 주님은 나를 믿고 그 큰돈을

맡기셨다. 맡길만하니 맡기셨겠지. 잘 해서가 아니라 무엇이든 해보라고 그러셨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땅 속에 묻어두었다가 어김없이 돌아오시는 주님께 그대로 돌려드리는 게 더 안전할 것이다.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를 통해 또 하나 좋은 것을 배우고 주님이 넉넉하게 주셨으니 잃어버린 것은

잊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예수님, 이렇게 큰돈과 시간을 제게 맡기셨습니다. 잘은 못해도 무엇인가 해보려고 합니다.

주님의 성령을 보내주시어 하느님이 기뻐하실 일을 하게 이끌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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