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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튼 수녀회

20150914 십자가 현양 축일 (마더 씨튼 시성 40주년 기념일) - 이영수 신부님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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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4 23:08:59
  • 조회 수: 2052

< 시작 예식 중에... >


바람이 불지 않아도 낙엽이 떨어지는 건, 누군가 이 세상 한 구석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했던 작가 공지영 마리아의 글이 갑자기 생각나는 날입니다.


어렵고 가난한 이를 위한 헌신의 삶을 살았던 엘리사벳 앤 씨튼 수녀님이 성녀가 된 날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름을 남기라고 이 생명을 받은 것이 아니라 오직 사랑뿐인 하느님으로부터 오직 사랑만을 남기라고 이 생명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분명 우리에게 얼마나 수도생활을 잘 했는지를 묻지 않으시고, 얼마나 사랑했는가를 물으실 것입니다.


오늘 성인이 되신 엘리사벳 앤 씨튼을 기리는 이 날,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을 지내는 이유는 우리의 삶을 그가 남겨준 본을 따라 원 없이, 여한 없이 사랑하라고 재촉하는 나날이 되기를 다짐하는 날이 되십시다.



< 십자가 현양 축일 강론 >


세상사람 중에 누가 고통이 좋고 병고가 좋고 눈물이 좋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저마다 원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은 원치 않는 고통과 상처와 눈물을 감당해야만 합니다. 일종의 십자가들이지요.


그런데 이 십자가를 대하는 태도가 결국 사람의 인생을 가릅니다. 누구는 십자가를 저주하기만 합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냐고 남들은 잘만 살아가는데 내 불행의 모든 탓이 온통 딴 사람에게 가 있는 이들은 여전히 십자가 아래에서 신음만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반대로 원치 않는 이 십자가의 의미를 묻고 또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뭔가 다릅니다. ‘왜 십자가가 나에게 닥쳤나?’에서 ‘이 십자가가 나를 어떻게 성장시키고 변화시켰나?’를 볼 줄 알게 됩니다.


자폐아를 키우는 한 자매가 그랬습니다. 처음에 아이를 낳아 발달 장애가 있음을 알았을 때 죽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10년 동안 정말로 아이 하나를 두고 미친 듯이 살았답니다. 그런데 어느덧 세월이 지나 이 아이를 보니, 참으로 이토록 많은 세상의 시련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 때문에 결국 우리 가정이 똘똘 하나로 뭉쳐져 있음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원망과 저주였던 아이라는 십자가가 바로 당신 가정의 보물 단지였다고, 이 아이 없이는 살 수가 없다,고 고백하는 자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가정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십자가를 지니고 살고 있구나, 깨달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인생에도 십자가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 인생도 내 놓을 것이 있고 자랑할 것이 있습니다.


십자가 현양축일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이 제대 위에 다시금 들어 높여지는 십자가를 바라 볼 것입니다. 내 인생의 십자가는 무엇인가요? 얼마나 이름답게 가꾸어낸 십자가들인가요? 내가 나의 십자가를 사랑할 때 비로소 십자가는 저주가 아니라 은총으로 돌변합니다. 이것이 바로 십자가 현양축일의 비밀입니다.


우리의 구원은 오로지 십자가로부터 옵니다. 이것을 믿고 따르는 자들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입니다. 예수님을 따라 십자가를 지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자기들 저마다의 십자가에 매달리는 사람들입니다.


내가 십자가를 버리면 십자가가 나를 버립니다. 내가 십자가를 붙잡으면 십자가가 나를 붙잡아줍니다.


이것을 모르면 불행합니다. 이것을 모르면 십자가를 걸지 말아야 합니다. 십자가 아래 모여와 어떻게 하면 고통을 피하고, 힘겨움을 피하고, 손해를 피하고, 피곤함을 피할 수가 있을까만 궁리하고 있다면, 그들은 십자가의 배반자들입니다.


왜 우리는 오늘 처참한 사형도구이던 십자가를 거룩한 것이라 부르며 이를 두고 성 십자가라고 부릅니까? 죽음을 가져다주는 십자가가 아니라 거룩함을 드러내주는 십자가임을 깨달은 자들만이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성 십자가 현양 축일〉입니다.


여러분의 고통은 여러분을 거룩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까? 나의 십자가는 거룩합니까? 아니면 십자가 때문에 아직도 죽겠다... 하소연만 하십니까? 아멘.



< 마침 예식 중에 나누어주신 말씀 요약 >


40년전... 1975년은 이영수 신부님께서 캐나다에 계실 때입니다. 30, 31세의 젊은 신부님이던 그때는 캐나다에서 몬트리올 올림픽이 열리고, 미국에서는 필라델리아 성체대회가 열렸던 때입니다.  필라델피아 성체대회 폐막 때 성녀 엘리사벳 앤 씨튼 시성 감사미사가 미국 주교회의가 주관하여 봉헌 되었는데, 몬트리올 바로 아래에 위치한 필라델피아에 신부님도 내려오실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때에 이미 우리 수녀회와 인연을 쌓으신 셈입니다.


마더 씨튼을 따르는 여러 갈래의 수도회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는 것과 그 당시 1000명의 수녀님들이 관현악으로 연주한 영성체 성가 '생명의 양식'을 들었을 때의 감동 등을 나눠주시면서 40주년을 기념하는 지금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 감회가 깊다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미사를 집전해주신 이영수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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