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씨튼 수녀회

설날(2025년 1월 29일) - 이영수 신부님
  • 홈지기
  • 2025.02.03 00:06:10
  • 조회 수: 376

오늘은 설날, 음력 새해 첫날입니다. 날 수 샐 줄 알기를 가르쳐 주신 하느님 덕분에, 인간들은 대단히 오래전부터 날짜의 기준을 정해 놓고 한 해를 돌아보며, 하느님과 조상들을 기억하면서, 베풀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리고, 새해에도 우리의 삶이 하느님의 축복 속에 풍요한 결실을 맺도록 기도하는 날입니다.

 

신약성서의 그리스어에서는 시간이라는 단어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크로노스인데, 이것은 의미 없이 흘러가는 양적 시간, 언제나 부족하고 우리를 죽이는 시간이고, 또 하나는 카이로스, 이것은 깨어있음으로 현재에 충실한 삶, 의미 있는 질적 시간입니다. 이렇게 해서 시간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인 크로노스에서, 카이로스로, 즉 계획된 목표를 위해 무르익어가는 하느님이 개입하는 시간을 뜻합니다.

 

이처럼 시간을 카이로스 개념으로 보면 삶이 여전히 고달파 보이고 힘겨운 순간이 닥쳐와도 우리가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지난 시간 속에서 뜻을 이루시는 하느님을 보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 일상의 시간은 우리와 함께 일하시는 하느님의 일터로 바뀝니다. 무슨 일이 닥치든 하느님이 여기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실까?”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단지 우연한 연속이 아니라 우리의 성장과 성숙을 원하시는 하느님의 손으로 빚으신 일임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새로운 시간이란 달력에 걸려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의 다짐과 결심 속에 결려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새롭게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 새로움은 시간이 주는 것이 아닌, 나의 결심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의 결심 속에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 베풀어 주시는 것입니다.

 

오늘처럼 새 해가 밝으면 우리는 새것, 새사람이 되려 합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설빔을 입고, 어른들을 찾아뵙고 세배를 올립니다. 그리고 정초에 차례를 올리는 일부터 그렇습니다. 자기가 잘나 이렇게 사는 줄 알고 살지만 차례상을 준비하고 조상님께 예를 갖출 때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잘나 나은 목숨이 아니라 이분들 덕택에 시작된 인생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그리고 난 다음 어른들께 문안을 드립니다. 자기 자리를 묻는 일입니다. 그리고는 아랫사람에게 인사를 받습니다. 이 역시 내가 이 한 해 돌보고 보살펴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는 귀한 자리입니다.

 

한 해를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오늘 복음은 그 답을 주고 있습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잔치에 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라고 가르치십니다.

 

우리의 행복은 주인 노릇’. ‘주인행세를 통해서가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이 나로 인하여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나의 기쁨입니다. 없는 사람들이 나 때문에 웃고 기뻐하며 생기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 위주가 아니라 너를 위주로 살아갈 때 비로소 시간은 활기를 얻을 것이고 삶은 생기를 누릴 것이라고, 기꺼이 종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으셨던 우리 주님이 이것을 알려주셨기 때문입니다.

 

준비하고 있어라. 주인이 언제 올지 모르니 깨어있어라.”

인생을 신중하게 처세하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실 인생이란 하느님이 안 계시면 허무하기 그지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일 우리의 생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요. 그러기에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안개에 지나지 않는 것이 우리네 인생임을 잊지 말고, 언제나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기로 한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신중히 살아가도록 격려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이 한 해가 하느님을 향해 깨어있는 나날이 된다면 참으로 우리 모두에게 큰 복이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을 아는 삶은 시간 속에 사는 삶이 아니고 영원에 뿌리박고 사는 삶이기에 우리의 삶은 인생무상이란 한계성과 상대성을 극복할 수 있는 목적이 있는 삶입니다. 영원을 향한 하루하루가 아니라면 우리 인생은 얼마나 비참하고 가련한 인생입니까? 오늘 복음 말씀은 우리의 신앙생활이 고향을 찾는 명절의 모습을 닮기를 요구합니다. 영원한 고향인 천국에서 하느님을 뵈올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일러주십니다.

 

금년 한 해는 우리 가까이 있는 수도가족은 물론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과 관계를 새롭게 하며, 참 기쁨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인생의 덧없음을 유한함을 그리고 하느님의 무한하심과 영원하심을 깊이 묵상하며 우리에게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고 하느님과의 관계를 더욱 깊게 삶의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하느님께 나아가는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시편 90편을 오늘의 시편으로 읊으며 나의 생애에 일어났던 일 가운데서 가장 큰 행운은 우리가 하느님을 알게 된 일이었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시간이 되십시다.

 

시편 90편 덧없는 인생

하느님, 당신은 영원하신 분, 땅이 생겨나기 전에도 하느님이 시었고

땅이 사라진 후에도 무궁히 하느님으로 계시리라.

당신에겐 시작도 끝도 없으시며, 시간도 다함없는 것,

몇 십 년, 몇 백 년 그렇게 샐 수 없는 분이옵니다.

우리의 귀한 인생 그렇게 소중한 인생 그것도 당신에 비하면 덧없이 스쳐가는 그늘.

희미한 그늘에 지나지 않건만, 이 무상한 이승살이 걱정거리와 갈등이 그칠 날 없고,

죄와 좌절로 얼룩집니다.

하느님, 이 짧은 생애 굽어 살피시며

한결같은 사랑과 은총으로 탈 없게 보살펴 주소서.

절망으로 기진할 때에도 간간이 기쁨의 시간을 갖게 하소서.

우리를 태어나게 하신 당신의 뜻과 섭리 얼마 큼이라도 헤아리게 하시고

이 세상에서 짧은 인생, 고생스레 살아야 하는 의미 뭔가 깨닫게 하소서.

당신에게 딸린 존재라는 인호, 우리에게 박아 주시고

모처럼의 생애 당신의 안배대로 살게 하소서. 아멘

 

 

 

 

 

 

 

 

 

이 게시물을

번호
제목
파일
작성자
날짜
조회 수
642
2025.05.04
391
640
2025.04.08
272
637
2025.03.03
425
2025.02.03
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