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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튼 수녀회

3월 7일 (사순 제3주일) - 이영수 신부님
  • 홈지기
  • 2021.03.08 19:19:07
  • 조회 수: 1339

성전 정화사건이라 불리는 오늘 복음의 내용은 4복음서 모두에 등장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공관복음에서는 이 성전정화의 사건을 복음의 끝에 배치합니다. 그러니까, 예수님께서 죽임을 당하시기 직전에 이 성전정화의 사건을 두어, 이 사건이 마치 예수님 십자가 죽음의 결정적인 촉매제가 된 것으로 드러내지만, 오늘 우리가 들은 요한복음은 복음서의 도입 부분에 배치를 합니다. 가장 후대에 복음서를 쓴 요한복음 사가는 특별한 의도가 있었습니다.

 

사실 그 당시 유대인에게 성전은 하느님이 사람들과 함께 계시다는, 즉 하느님의 현존의 상징이었습니다. 요한 사가는 앞으로 펼쳐질 예수님의 모든 일, 예수님 생애의 모든 말씀과 사건들이 바로 이 성전 정화의 의미를 확대시키신 것, 곧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그 의미를 새롭게 정리하시기 위해 성전 정화의 사건을 공생활 초기에 배치한 것입니다.

 

사실 성전은 하느님을 만나는 곳, 하느님이 거하시는 곳이기에 우리가 내적 평화를 얻고, 하느님의 영이 속삭이는 곳이자 우리가 생명의 빛을 받는 곳입니다. 한마디로 하느님을 섬기는 거룩한 자리여야 합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하느님이 아니라 사제가, 신이 아니라 인간이, 하늘의 뜻이 아니라 땅의 계산이 앞서게 되면 그것은 이미 성전이 아닌 좌판이 되고 말게 됩니다. 갈수록 성전에 봉사하는 사제들의 권위와 우월감도 높아졌을 것이며 따라서 함께 계시는 하느님의 의미는 희석되고, 성전은 사제들의 권위를 나타내고 그들의 잇속을 챙겨주는 건물과 다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돋보이는 곳에, 하느님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섬기는 대상에 돈이라는 우상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부당한 가격으로 희생 재물에 소용되는 동물을 팔고 있었고, 성전세를 내야 했는데 로마 화폐로 낼 수 없어서 환전상들은 수수료를 챙겨 가난한 이들을 더욱 가난하게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엉망이 되어버린 거룩한 장소를 보고 차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예수님의 가슴속에 성전을 사랑하는 마음과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는 연민은 약자를 괴롭히고 사람을 멸시하는 온갖 악과 거짓, 위선과 편견의 세력에 맞서는 거친 투쟁의 삶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갈등구조로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과 맞서십니다.

 

분개한 장사꾼들과 환전상들은 성전 제사장들에게 달려가 항의를 합니다. 항의하는 사람들이 표징을 요구하는데, 성전을 허물면 사흘만에 성전을 다시 짓겠다고 하십니다.

예수께서 성전이라 하신 것은 당신의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제자들은 예수께서 죽었다가 부활하신 뒤에야 이 말씀을 생각하고 비로소 성서의 말씀과 예수의 말씀을 믿게 되었다.”고 전합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 신앙인들은 성찬의 빵을 예수님의 몸이라 불렀습니다. 이제 하느님은 사람들이 손으로 만든 성전 안에 계시지 않고, 예수님의 몸인 성체성사 안에 살아 계신다는 자신들의 믿음을 표현한 말입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유대교 신앙을 쇄신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분의 일을 기억하고 실천하게 하는 성사입니다. 이제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녀들의 이 실천안에 지금도 살아 계십니다.

 

오늘 복음은 성체성사를 통하여, 이 세상 속에 또 하나의 교회요, 성전이 된 우리의 목적이 정확해졌습니다. 이 몸을 성전답게 가꾸어야 합니다. 이 몸을 교회답게 보살펴야 합니다.

성전이 하느님을 만나는 공간이라면, 내 몸을 통해 다른 사람이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회가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끈이라면, 나를 통해 다른 사람이 하느님이라는 끈을 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오늘 채찍은 이제 나를 향해 내리쳐야 합니다. 예수께서 바라시는 십자가의 길, 나를 위해 울지 말라시던 그분의 눈빛과 너희와 너희 자녀들을 이해, 이 세대를 위해 울어라 하셨던 그분을 길을 우리도 뒤따르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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