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대축일(2026년 5월 31일) - 박민호 펠릭스 신부님(전주교구)

홈지기 2026.06.01 21:16:36

삼위일체를 믿는가, 삼위일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놓고 초세기부터 교회는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교회는 많은 이단들과 싸워야 했고, 또 아픈 분열을 겪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어떤 그리스도교 교파가 이단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여러 가지 기준들 중에 하나가 삼위일체를 믿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삼위일체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고백합니다. 사실 삼위일체를 어떤 공식이나, 이미지로 딱 이해할 수 있게 되기는 어렵습니다. 삼위일체를 빗대어 설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을 여태껏 많은 사람들이 고민했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셋이면서 하나, 하나이면서 셋인 것, 완전히 나뉘면서도 완전히 하나인 것을 피조물들 중에 찾으려니까, 없습니다. 삼위일체는 하느님의 존재 방식인 것입니다. 피조물의 이성으로 완전히 파악할 수 없는, 인간의 부족한 지성에 다 담아지지 않는 큰 신비이지요.

 

오늘 1독서 탈출기 말씀에서는 주님께서 구름에 싸여 내려오셔서 모세와 함께 그곳에 서시어, ‘야훼라는 이름을 선포하셨다.” 하고 전합니다. 하느님의 지극히 거룩한 이름, 감히 죄 많은 피조물의 입으로 발설하기 두려워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성경을 읽다가도 그 이름이 나오면 주님이라고 바꾸어 읽었던 그 이름, “야훼”. 그 이름의 뜻은 나는 있는 나다. 나는 나다입니다. ‘나는, 나다가 하느님의 이름입니다. 인간이 가진,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그 어떤 말로, 그 어떤 이름으로도 하느님을 완전히 표현할 수 없고, 하느님을 다 담아낼 수 없습니다. 그저, 하느님은 하느님이시지요. 우리는 그저 우리의 부족한 언어로 그분의 여러 가지 속성들, 그분이 어떤 분이신가 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을 뿐입니다. 전능하신 분, 거룩하신 분, 자비하신 분, 영원하신 분, 사랑이신 분, ....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셨습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요한 14,23)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기도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아버지께 청하셔서 보내주신 성령께서는 우리 안에 계시면서, 우리가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 라고 부를 수 있게 해 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때, 우리는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느님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자녀된 영예로운 품위를 지니고, 장차 상속받게 될 영광을 희망하게 됩니다.

 

서로 온전히 내어주고 또 온전히 받아들이는 그 사랑의 친교로, 삼위께서는 하나를 이루십니다. 삼위일체의 신비를 고백하고 묵상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몫은, 성부 성자 성령 삼위께서 이루시는 이 사랑의 온전한 친교와 일치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각자의 삶에서 마주치는 이들, 우리 공동체에 함께 하는 이들에게 나를, 내 것을 내어주고, 상대방을 받아들이면서 삼위일체의 친교, 일치, 사랑을 본받고, 그 안에 머물게 됩니다.

 

이제, 2독서를 통해 들은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다시 들으면서 삼위일체 하느님을 믿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되새겨보고,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사랑과 일치의 성사, 성체를 받아 모실 준비를 합시다. “형제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자신을 바로잡으십시오. 서로 격려하십시오. 서로 뜻을 같이하고 평화롭게 사십시오. 그러면 사랑과 평화의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실 것입니다. (...)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