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9주일( 2025년 10월 19일) - 김영일 요한보스코(제주교구)

홈지기 2025.10.20 18:09:10

찬미 예수님.

오늘은 전교 주일,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맡기신 복음 선포의 사명을 다시 기억하는 날입니다. 전교주일을 맞이하면서 이런 물음을 저에게 던져보았습니다. 수녀님들도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나는 복음을 선포하며 살고 있는가?”
내가 속한 교회, 내가 속한 공동체는 전교하고 있는 교회, 전교하고 있는 공동체인가?”

 

제 서품 동기 신부님은 총 13명인데요. 그중 세 명이 해외 선교지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페루, 볼리비아, 프랑스에 각각 파견되어 선교하고 있습니다. 그중 한 신부님은 신학생 시절부터 선교의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서품을 받고 한 9년 정도 사목을 하다 선교를 지원해서 선교하러 나갔는데요. 그 신부님과 나름 각별해서, 해외선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대화가 인상적이어서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전교는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도 할 수 있다. 어디에서든지 할 수 있다. 단순히 해외 선교만이 전교가 아닌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계속 교구 안에서만 사목한다면, 내 성향상 나는 안주하면서 살 것 같다. 복음을 전하려는 열정이 사라질지도 모를까봐 걱정이 된다. 그냥저냥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제가 되기는 싫다. 뜨거움 없이 평생 미지근하게 살까봐 걱정이다. 그래서 나는 해외 선교를 지원했다.”

 

저는 그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존경스러웠습니다. 앞으로의 인생의 계획보다, 자신에게 심겨진 복음의 불씨를 지키는 일에 애를 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복음 선포의 열정을 어떻게 가꾸어 나갈지마음에 두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사실 동기 신부님들에게 때론 자랑스러운 마음을 갖기는 했었지만, 존경하는 마음까진 없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 존경스러웠고, 한편으로는 제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나는 복음 선포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가?’, ‘교회 울타리 안에서 느끼는 안락함 속에서만 머물러 있지는 않나?’, ‘복음을 위해 나는 얼마나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가?’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우리에게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라.”(마태 28,19) 예수님께서는 머물러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가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교회는 가야 하는 교회’(Ecclesia missionaria)가 아니라, ‘지켜야 하는 교회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복음을 전하기보다, 교회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잘 지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본당에 오는 신자들만 돌보는 것도 벅차다고 이야기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가 복음을 선포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가끔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제 모습이 부끄러워, 그 모습을 애써 외면하려고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복음은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말보다 삶으로 보여주는 거지!’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하는 이 말 속에는 복음 선포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담겨 있지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복음을 전하려는 움직임이 없다면, 그건 이미 멈춰버린 사랑이며, 복음의 불이 식은 교회의 한 지체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처럼 오늘날 교회 안에서 가장 큰 유혹은 안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나 하느님 밖에서의 안주가 큰 유혹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하느님에게서 벗어날 때, 우리는 쉽게 익숙함, 안전함, 반복되는 일상 속에 매몰되어 복음의 열정이 서서히 식어가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우리는 기도를 통해 복음의 불씨를 우리 맘에 계속 지펴야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불이 세상 밖을 비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하느님께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때로는 그 초점이 하느님이 아닌 나 자신혹은 조직의 안정으로 향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교회는 더 이상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만 타오르다 사그라드는 작은 불꽃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교회는 안락한 소파 위의 교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움직이지 않으면 복음의 향기가 사라진다.”, “교회는 길 위를 걸으며 복음을 전하는 제자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복음의 향기는 움직일 때 피어납니다. 가만히 있으면 향기도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전교주일을 맞이한 오늘, 파견된 교회로서의 우리 정체성을 다시금 새기면 좋겠습니다.

 

잠시 침묵 중에, 내가 그리고 우리 교회가 안주하는 교회가 아닌,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은총 청하는 시간 갖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