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미사 (2025년 10월 6일) - 이영수 신부님

홈지기 2025.10.07 01:22:15

결실의 계절, 풍요의 계절에 기름진 곡식과 수확의 기쁨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햇곡식으로 조상의 은덕을 기리며 드리는 오늘 추석 한가위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오늘 시편 65편의 말씀으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땅을 굽어보시고 단비를 내리시어, 골고루 가멸지게 만드셨나이다. 하늘스런 시내에 물을 그득 채우시어, 곡식을 장만하기 이렇듯 하셨으니, 이랑에는 물 대시고, 새싹에는 강복하셨나이다. 은혜로서 연사를 꾸며 주시니, 가시는 그 길마다 기름이 듣나이다. 사막의 목장에도 방울져 흐르고, 언덕들은 기쁨을 동였나이다. 풀이 난 벌판은 양 떼로 입히었고, 골골이 밀 곡식은 덮여 있으니, 노랫소리 흥겹게 높으니이다.” (최민순 역 시편 65,10-14)

 

이 시편 구절들은 하느님께서 자연 만물과 농사짓는 땅에 베푸시는 풍요로운 축복과 섭리를 찬양합니다. 비를 내리시고 땅을 촉촉하게 하셔서 새싹이 자라게 하시며, 한 해 전체를 축복하셔서 가는 곳마다 풍성한 결실이 맺히게 하십니다. 그 결과, 들판과 언덕과 골짜기 모두가 풍요와 기쁨으로 가득 차서 하느님을 찬양하게 됩니다.

 

어김없이 금년에도 우리 고향의 들판은 영글어 가는 곡식으로 풍성합니다. 나무에는 과실들이 주렁주렁 달렸고요, 밭에는 온갖 가지 채소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부모 형제들이 이른 봄부터 열심히 땀 흘린 덕분이지만, 여름의 폭풍우와 땡볕을 이겨낸 들녘입니다. 하느님께서 지켜주시고 가꾸어 주신 덕분이고, 하느님께서 제 때를 운용해 주셨고, 제 때와 비와 햇볕을 내려 주신 덕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추석 한가위에 고향 들녘에 서면, 우리가 알든 모르든 은혜롭게 배풀어 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기에 하루를 살아도 하느님의 은총이라 하지만, 특히 오늘 같은 날이면 하느님의 은혜와 가신 조상님과 부모님의 은혜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우리 신앙인들에게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르게 항상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준비하시고 계셨음을 믿으며 감사의 제사를 드립니다.

 

오늘처럼 형제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쁨과 형제애를 나누는 명절은 사실, 매일 하느님의 자녀들이 모여 바치는 미사의 반영인 것입니다. 이 날은 어려웠던 타향살이, 고생스러웠던 농사일, 땀 흘렸던 노동, 이 모든 것이 사라지고 감사와 기쁨과 나눔의 즐거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이날의 기쁨을 온가족이 함께 나누면서, 생명을 물려주고 사랑으로 길러주신 조상과 부모님을 기억하는 아름다운 효심을 길렀습니다. 특히 유교 문화의 전통 속에서 효를 인간의 근본도리로 삼아온 우리 민족은 명절이면 조상을 공경하는 차례를 지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추석 한가위는 이웃과 함께 하는 민족의 축제, 가족과 함께하는 사랑의 축제. 하느님과 함께하는 교회의 축일이기도 합니다. 오늘 교회는 이 뜻깊은 날에 인생의 추수인 종말의 의미를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샘 바쳐야 하는가를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오늘 루가복음은 재물의 축적이 인간의 삶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과 죽음 앞에서 재물의 축적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 추석날 아침에 우리도 언제나 남을 먼저 생각하고 베풀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살면서, 매일 서로가 위하고, 감사하고 기쁨이 넘치는 날이 항상 오늘과 같기를 기원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