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4주일 성소주일(2025년 5월 11일) -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님(광주대교구)

홈지기 2025.05.11 19:20:01

나는 착한 목자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요한 10,17)

 

주님께서는 참 목자로서, 당신 양떼인 우리를 푸른 목초지, 생명과 기쁨이 있는 곳으로 이끌고자 하십니다. 우리는 때로 자신이 가는 길이 맞는지, 과연 잘 하고 있는지 묻곤 합니다. 길 위에서 방황하기도 하죠. 그런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당신 친히 좋은 길로 이끌겠다고,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기에 당신이 직접 우리를 안내하겠다고 선언하신 것입니다. 주님 말씀에서 깊은 위로와 사랑을 느낍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주님 말씀, 그런데 예수님은 이 말씀을 왜, 어떤 상황에서 하셨을까요? 예수님의 이 자기 계시 말씀은 유다인의 초막절축제 마지막 날에 선포되었습니다(7,2 참조). 큰 축제에 사람들의 이목이 지목되는 대상은 당연 유다 지도자들이겠죠.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착한 목자라 계시하신 것은, 이 축제가 마무리될 즈음 유다 종교지도자들을 향해서였습니다. 유다인들은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했던 일 때문에 그분을 못마땅해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태생 소경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진흙을 개어 그의 눈에 발라 주시죠. 유다인들에게 그러한 행위는 안식일에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던 이가 시력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 오직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 지금 눈앞에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 없습니다. 자신들이 세워 놓은 규정에 근거하여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을 죽이려 합니다. 이러한 유다인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죠.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삯꾼은 목자가 아니고 양들도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들을 버리고 달아난다. 그는 삯꾼이어서 양들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10, 11-12). 유다 지도자들은 삯꾼, 곧 거짓 목자들입니다.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이끌어야 할 지도자들이 하느님을 만나지 못하고, 자신들을 위해 예수님을 죽이려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다릅니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어놓습니다. 예수님이 착한 목자인 이유는 그분이 자신보다 당신에게 맡겨진 이에 책임을 다하 다하는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계시 말씀이 초막절에 선포된 사실은 그분에 관한 더욱 중요한 메시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초막절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40년 동안 장막생활을 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날입니다. 축제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당연 모세죠. 그는 광야에서 굶주렸던 이스라엘 백성이 만나를 먹을 수 있도록 하느님께 간청했던 인물입니다. 예수님께서 유다인들에게 이스라엘 백성에 만나를 내려준 이는 모세가 아니라 아버지 하느님이셨다는 사실을 말합니다. 그러면서 당신 자신을 살아있는 생명의 빵으로 소개하십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6,35) 모세가 하느님께 청하여 매일의 굶주림을 해결하게 하는 만나를 먹게 했다면, 예수님께서는 직접 살아있는 빵, 생명을 주는 빵이 되신 것입니다. 양들을 위해 당신 목숨을 내어 놓으신 것은 당신 양들을 먹이려고, 그분 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주님께서 착한 목자인 이유는 모든 것, 심지어 당신의 몸을 내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성소 주일입니다. 교회는 특별히 오늘 사제, 수도자, 선교사 성소의 증진을 위해 기도하며, 주님의 일꾼을 키우는 일에 함께 협력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여기서 성소의 증진이라고 함은 일차적으로 젊은이들이 사제, 수도자, 선교사의 삶에 관심을 가져 그들도 주님의 일꾼으로 살아갈 수 있음을, 실제 하느님께서 그들을 부르고 계심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많은 젊은이에게 성소의 씨앗이 뿌려졌으면 합니다. 그들이 자신보다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삶, 이웃 형제·자매들의 굶주림을 채워주는 삶이 정말 아름답고 고귀한 것임을 알아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성소의 증진은 단지 젊은이들이 신학교, 수도원의 문을 두드리게 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이미 신학교에서 살아가며 사제의 꿈을 꾸고 있는 신학생들에게, 더 나아가 이미 사제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입니다.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수녀님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신학교에서 신학생들과 지내다 보니, “아 이게 성소구나!” 라고 단상이 드는 일이 많습니다. 저의 말 한마디가 신학생들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많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뿐만 아니라 저의 행동 하나하나가 신학생들에게는 양식, 빵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러기에 좋은 표양이 되어야겠다.” 다짐하게 됩니다. 미래 사제를 키워내면서 저 또한 제가 가진 성소를 증진하는 것이겠죠. 성소 주일을 맞이하여 우리 각자가 받은 성소를 새롭게 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각자에게 맡겨진 이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 그리고 우리의 삶으로 다른 이들을 배불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총인지 느낄 수 있는 하루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