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미사(2024년 9월 17일) - 이영수 신부님

홈지기 2024.09.19 20:47:31

결실의 계절, 풍요의 계절에 기름진 곡식과 수확의 기쁨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햇곡식으로 조상의 은덕을 기리며 드리는 오늘 추석 한가위 미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고향의 들판은 영글어 가는 곡식으로 풍성합니다. 나무에는 과실들이 주렁주렁 달렸고요. 밭에는 온갖 가지 채소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 농부들이 이른 봄부터 열심히 땀 흘린 덕분이지만, 여름의 폭풍우와 땡볕을 이겨낸 들녘입니다. 무엇보다 하느님께서 지켜주시고 가꾸어주신 덕분이지요. 하느님께서 제때를 운용해 주셨고, 적당한 시기에 비와 햇볕을 내려 주신 덕분입니다.

 

우리는 추석 한가위에 고향 들녘에 서면, 우리가 알든 모르든 은혜롭게 베풀어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루를 살아도 하느님의 은총이라 하지만, 특히 오늘 같은 날이면 하느님의 은혜와 가신 조상님과 부모님의 은혜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처럼 형제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쁨과 형제애를 나누는 이 명절은 사실, 매일 하느님의 자녀들이 모여 바치는 미사의 반영인 것입니다. 이날은 어려웠던 타향살이, 고생스러웠던 농사일, 땀 흘렸던 노동, 이 모든 것이 사라지고 감사와 기쁨과 나눔의 즐거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이날의 기쁨을 온 가족이 함께 나누면서, 생명을 물려주고 사랑으로 길러주신 조상님과 부모님을 기억하는 아름다운 효심을 길렀습니다. 특히 유교 문화의 전통 속에서 효를 인간의 근본도리로 삼아온 우리 민족은 명절이면 조상을 공경하는 차례를 지내 오고 있습니다. 차례상 대신에 지금 우리는 조상들을 기억하면서 하느님께 감사 제사를 드립니다.

 

그래서 오늘 추석 한가위는 이웃과 함께 하는 민족의 축제, 가족과 함께하는 사랑의 축제, 하느님과 함께 하는 교회의 축일이기도 합니다. 오늘 교회는 이 뜻깊은 날에 인생의 추수인 종말의 의미를 상기시켜주고 있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바쳐야 하는가를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오늘 루카복음은 재물의 축적이 인간의 삶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과 죽음 앞에서 재물의 축적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인도의 간디의 제자이며 후계자로 알려진 토지헌납운동으로 유명한 비노바 바베는 자기가 지닌 모든 것은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하면서 진정 자기가 섬김과 나눔의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받은 가르침 때문이라며 들려준 일화를 소개합니다.

 

우리 집 마당에는 인도 빵나무 한 구루 있었다. 당시 철 모르는 어린아이였던 나는 그 나무에서 열매가 자라는 것을 보고, 언제 그것을 먹을 수 있느냐며 보채기 시작했다. 결국 때가 되어 열매가 익자, 머머니는 그 나뭇잎들을 따서 오목하게 접시 모양으로 만든 뒤 열매를 담으셨다. 그리고 나에게 달콤한 그 열매 몇 조각을 주셨다. 어머니는 비냐, 우리는 먼저 베풀고 나중에 먹어야 하는 법이란다.”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 내용을 간단한 시구로 지어내셨다.

 

베푸는 것은 하느님과 같은 일이고, 쌓아두는 것은 지옥이라네

 

이 추석날 아침에 우리도 언제나 남을 먼저 생각하고 베풀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살면서 매일 서로가 위하고 감사하는 기쁨이 넘치는 날이 항상 오늘과 같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