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부활 대축일 낮 미사 - 이영수 신부님

홈지기 2024.04.02 04:59:37

부활절 아침입니다. 십자가에서 무참히 돌아가셨던 예수님은 살아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주님이 되셨고 그리스도가 되셨습니다. 알렐루야! 그분은 부활하셨고 우리의 몸도 장차 영광중에 그분을 뒤이을 것입니다. 알렐루야!

 

갈바리 산상에서 비참한 삶을 마친 예수의 생애는 완전히 비극적으로 끝나버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를 죽인 적들도 이렇게 해서 승리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남을 살리면서 자기는 못 살리는구나, 십자가에서 한번 내려와 보시지.” 하던 야유와 조소가 지금도 우리의 귓가에 들려옵니다.

 

그러나 갈바리아가 결코 끝이 아니었습니다. 마지막 판결은 하느님의 판결입니다. 어두움은 가고 새벽이 오기 마련입니다.

 

어둠이 걷히고 날이 밝자 암흑에 살던 우리가 보았던 중의 가장 찬란한 아침이 온 것입니다. 첫 번째 부활의 새벽이 찾아온 것입니다. 하느님은 그분을 해방시키시고 그리고 우리 모두를 해방시키셨습니다. 낡은 세상이 끝나고, 새 세상이 시작되었습니다. 내가 세상을 이겼다!

 

그분은 살아계시고 다스리십니다. 내가 세상 끝까지 너희와 함께 있겠다. 이것은 기쁜 소식입니다. 빈 무덤 앞에서 울고 있던 막달레나에게 나는 내 아버지이시며 너희 아버지이신 분, 네 하느님이시며 너희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고 전하여라.” 하시며 부활의 증인으로 파견하십니다.

 

공생활 중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증거와 표징을 요구했지요. 그러나 예수님은 언젠가 놀라운 증거와 표징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모든 인류에게 격려와 희망의 표징, 불멸하는 영원한 생명의 표지, 악을 이기는 선의 표지, 완전한 실패에서 솟아나오는 성공의 표지가 되었습니다. 그분의 사랑의 삶이 옳았습니다.

 

부활은 십자가를 지고 오르막길 위에서 맛보는 황홀함입니다. 죽음을 통해 찾아오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부활은 십자가 안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 얻은 기쁨입니다.

 

결국 인간은 나 때문에 살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애초 아니었습니다. 인간은 너를 위해 살도록, 만들어진 존재들입니다. 사람은 철저하게 너를 위해 살 때만 참되게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존재들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가르쳐주신 분이 십자가를 통해서 얻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이십니다.

 

내가 죽는다라는 의미는 나 때문에 사는 삶을 중단하는 것, 그리고 나의 이익이 아니라 철저하게 너를 위해 사는 삶을 시작할 때 부활의 삶이 시작됩니다. 십자가 없이는 부활이 없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파스카의 신비입니다.

 

요한 복음사가는 이 복음서를 기록하는 이유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들을 기록한 목적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여러분이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요한 2030-31)

 

이 생명은 하느님의 생명입니다. 예수님은 이 생명을 주시려고 우리에게 오셨고 그런 삶을 사셨습니다. 그것은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하느님과 다른 사람들 중심으로 살아가는 이 새로운 생명, 바로 부활의 생명입니다. 이 새로운 생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고통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희망과 삶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했던 복음이 되어 오늘 슬픔과 절망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다 줄 희망의 노래를 부르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분은 세상의 방식이 아니라 결국 십자가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기셨습니다. 그 죽음을 통해 세상의 죽음, 세상의 악을 쳐 이기셨습니다. 십자가의 힘입니다. 십자가의 방식입니다.

 

우리는 흔히 이것을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인용하면, ‘십자가의 어리석음이라고 표현합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그가 곧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힘이며 하느님의 지혜입니다.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는 이 세상을 향하여 우리는 말해야 합니다. 이 세상을 이기는 길이 있습니다. 이 세상을 이기는 힘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믿음입니다. 우리의 믿음은 바로 이 십자가에 대한 믿음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우리에게 부활을 선물합니다. 하느님께서 십자가를 통해서 부활하시고 그리고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이것이 우리의 믿음이요, 기쁨이요. 이것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오늘 그분이 우리들 안에 부활하십니다. 하느님의 생명으로 사십시다. 신앙과 희망의 기운으로, 우리가 살아내는 사랑의 삶이 바로 우리가 증언하는 부활의 증거물이 되게 합시다.

 

이제 조용히 부활이 주는 이 큰 기쁨과 희망의 축제를 매 주일을 기억하십시다. 혹독한 겨울을 참고 견디어낸 나무들마다 더욱 현란한 빛깔의 꽃을 피우는 이 아름다운 봄날처럼 혹독한 십자가의 고통을 견디고서야 찾아 온 예수님 부활의 기쁨이 우리 공동체와 온 누리의 모든 이와 우리 겨레에게, 특별히 희망을 잃고 어려움 속에 있는 우리 형제들에게 빛을 고루 비치기를 거듭 기도합니다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