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미사(2023년 9월 29일) - 이영수 신부님

홈지기 2023.10.01 18:29:13

DSCN7186.JPG

 

 

한국의 명절인 추석이 북 미주의 추수 감사제보다 훨씬 더 귀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미국은 11월 넷째 주 목요일, 캐나다에서는 10월 둘째 월요일에 기념하는 추수 감사제는 한 해의 소출을 모아놓고 벌이는 축제라고 한다면, 한국의 명절 추석은 사실 절기로 따지면 추수, 가을걷이를 하기 전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아직 나락도 조금 덜 영글었고 과일들도 아직 풋과일입니다. 본격적 가을걷이는 오히려 추석 이후부터 시작이지요. 그래서 추석은 채 익지 않은 햇곡식을 거둬 조상께 먼저 올리고 그것을 제사 때에 음복으로 친지와 이웃들에게 먼저 나누며 수확기까지 큰 재액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기원하는 날이 바로 추석, 한가위입니다.

 

얼마나 귀한 마음입니까? 가장 먼저 자란 만물을 먼저 나를 있게 하고 나에게 소출을 내게 하신 땅과 하늘의 조상들께 제물로써 제일 먼저 봉헌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미리 덜어 친지와 이웃들에게 나누고 대접합니다. 이것이 한가위의 정신이었습니다. 내가 먹기 전에 조상과 이웃들을 먼저 챙기는 그 마음이 이 한가위를 더 빛나게 하였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도 이 한가위의 정신에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의 부자는 큰 잘못은 결국 자신만의 추수 감사제를 드린 것입니다. 그에게는 자기 입에 들어갈 몫 밖에 없었습니다. 그에게는 이웃도 하느님도 보이지 않습니다. 땅에 그는 새로운 창고를 지어야 할 만큼의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앞에 그는 자기 한입에 들어갈 몫 말고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었고 그것이 그의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한가위 정신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아니 자기 소출을 위한 창고를 지을 때, 차라리 그것을 하느님께서 베푸신 선물이라 여기고 그 창고 자리에 제단을 쌓았더라면, 그리고 그 제단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나누는 성찬이 벌어졌다라면 그 소출은 독이 아니라 복이 되었을 것이 확실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이것을 모릅니다.

 

아무리 내가 대단한 것을 가져도 내 목숨을 가지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내 인생도, 내 소유도, 내 관계도, 심지어 나의 고통마저도 하느님이 주인이십니다. 우리는 그저 그 관리인에 불과합니다.

 

인생의 성공은 공적을 쌓고, 재산을 쌓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이 베푸냐에 달렸다고 합니다. 사실, 인생의 위대한 성취는 우리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인간성은 주는 행동에서 가장 활짝 꽃 핀다고 합니다.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미소, 악수, 포옹, 사랑의 말, 선물, 우리 삶의 일부 등을 줄 때 우리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기 삶의 모습은 나누어 주는 삶에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진정한 기쁨, 행복, 내적 평화는 우리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줄 때이기 때문입니다. 열매를 맺고 풍성한 수확을 거두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는 동안 뿌려진 씨앗이 죽어야 한다는 진리가 사실이기를 믿으십시다.

 

이 가을 단풍과 떨어지는 낙엽 그리고 한줄기 가을바람을 통해 하느님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사랑에 감사드릴 수 있는 또 하나의 가을의 기도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부디 이 미사로써 한 해의 수고와 감사와 충분히 우리 조상님들의 영혼들께 전해지도록 정성 다해 미사를 봉헌하도록 합시다.

 

마지막으로 금년 추석을 맞이하며 인도의 간디의 정신적 후계자인 “토지헌납운동‘으로 유명한 ‘비노바 바베’의 생애를 담은 책(칼린디 지음, 김문호 옮김)에서 소개된 그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우리 집 마당에는 인도 빵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당시 철 모르는 어린아이였던 나는 그 나무에서 열매가 자라는 것을 보고, 언제 그것을 먹을 수 있느냐며 보채기 시작했다. 결국 때가 되어 열매가 익자 어머니는 그 나뭇잎들을 따서 오목하게 접시 모양으로 만든 뒤 열매를 거기에 담으셨다. 그리고 나에게 그 접시 들을 동네 집집마다 선물로 돌리라고 하셨다. 접시를 다 돌리고 나자 어머니는 그제야 나를 옆에 앉히시고는 달콤한 그 열매를 몇 조각 주셨다. 어머니는 “비야 , 우리는 먼저 베풀고 나중에 먹어야 하는 법이란다.“ 하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 내용을 간단한 시구로 썼다.

베푸는 것은 하느님과 같은 일이고

쌓아 두는 것은 지옥이라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