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변모 축일(2023년 8월 6일) - 이영수 신부님

홈지기 2023.08.18 00:02:39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오늘 복음은 매년 부활을 준비하며 사순시기를 보내는 사순 제2주일에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이 예수의 변모사건은 연중시기를 보내는 우리에게 그리고 묵주기도 빛의 신비를 바치면서도 매번 되새기는 신비이기도 합니다. 연중시기를 보내면서 다시 회상해 보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깨닫습니다. 사람은 두 가지만 있어도 산다고 합니다. 추억만 있어도 살고, 그리고 희망만 있어도 살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복음서라는 것 자체가 스승 예수께 대한 회상집이고, 스승이자 그리스도이신 예수께 대한 희망, 우리도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 고백서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목표 없이 사는 것은 불안한 일입니다. 미래의 희망을 잃은 정신적 상태를 절망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큰 병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목표가 분명하고, 그래서 희망이 있다면 지금 잠시 괴롭고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이야기 속에는 놀라우리만치 아름다운 우리들의 신앙고백이 들어있습니다. 예수께서 친히 데리고 높은 곳으로 오르셨다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먼저 봅시다. 베드로는 열렬히 십자가를 반대하던 인물이었습니다. 야고보와 요한은 권력 지향의 인물들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왔을 때 당신의 옆자리에 우리가 앉게 해달라고 청했던 제자들이 그들이었습니다.

 

지금 그들에게는 새로운 과정, 새로운 단계가 필요했습니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예수, 이 세상에서의 권력으로 세상을 전도시킬 것만 같은 강력한 힘의 스승으로만 신봉하려던 자세를 바꾸어야 했습니다. 이제 그들은 한 인간 안에 온전히 감추어져 있던 하느님의 모습, 하느님의 무한한 영광을 알아보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찬란한 모습 속에 이 자리에 함께 등장한 모세와 엘리야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그들은 하느님의 백성을 구원의 길로 돌아오게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고초를 겪어야 했습니다. 오늘 예수님이 그들과 이야기 나누었다는 것은 그분 역시 고통을 당하는 운명에 놓여있음을 암시합니다. 또한 모세와 엘리야가 영광중에 있다는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도 부활의 영광으로 이어지리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예수께서는 기어이 산에서 내려가 저 십자가의 죽음의 길을 걸어가셔야 하는데도 여전히 제자들은 그곳, 영광과 빛나는 일과 드러나는 일에만 머물려고 합니다. 베드로는 그래서 저희가 여기서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하늘에서 너희는 그의 말을 잘 들어라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분이 가시는 십자가의 길을 따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명령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습니다. 사실 믿음의 삶이란 포기요 떠남으로 시작하여 싸움과 투쟁의 삶이며, 고통을 끌어안고 십자가의 길을 가는 삶입니다. 그리고 보다 큰 것을 위한 결단이요 선택입니다. 믿음이란 자신과의 싸움이며, 하느님, 절대 가치와의 끊임없는 투쟁입니다. 그래서 믿음의 길은 쉬운 길이 아닙니다. 인간적으로는 대단히 어렵고 힘든 길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약속의 땅이 있고 또한 올라가게 될 영광의 자리가 있습니다. 세상은 보상해줄 수 없는 축복이 있습니다. 따라서 현실이 힘들다 해도 하느님을 신뢰하며 예수님처럼 꿋꿋하게 걸어갑시다.

 

8월의 시편 묵상은 시편 19편입니다. 개신교의 영성가인 C.S.루이스는 시편 19편은 시편 중에 가장 위대한 시이며,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위대한 시어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구약성서에서 발견되는 계시 교리, 하느님이 자기 자신을 모든 인간에게 창조주로, 하느님의 백성에게는 율법의 수여자로, 그리고 개인에게는 구속자로 알리는 교리의 가장 선명한 요약이다.”라고 합니다.

 

이 시편의 첫 부분(2-7)은 창조에 대한 찬양과 둘째 부분(8-11)은 율법에 대한 찬양과 교훈 시편으로, 마지막 3(12-15)은 죄의 용서와 보호를 위한 청원기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시편 19편의 전체적 의미는 피조물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자기 계시와 토라에 대한 은혜로운 교훈이 충만한 경외심으로 묘사합니다.

하늘은 하느님의 영광을 얘기하고, 창공은 손수 하신 일을 알려주도다.”

우주와 자연의 광대함, 화려함, 질서의 신비로 하느님의 영광과 위대함을 모든 이에게 드러낸다고 고백합니다. 하느님의 자기 증거는 낮이나 밤이나 중단없이 증거하고, 소리는 없어도 보이는 광경을 통해 그 메시지가 세상 끝까지 퍼져나간다고 외칩니다. 시인은 극적인 시어를 동원하여 떠오르는 해를 자기 방에서 나오는 신랑으로 비유하며, 그의 열기에서 피할 자가 아무도 없다고 감탄을 합니다. 그리고 이어 율법을 통한 특별하고도 초자연적인 계시로 하느님을 알린다고 노래합니다. 하늘도 율법도 하느님을 알릴 뿐 아니라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태양의 온기로 우리를 찾아내고 깨끗하게 하는 율법의 이미지로 햇빛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시인은 율법이 영혼을 소생시키고 마음을 기쁘게 하고, 무엇보다 눈을 밝게 하고 지혜롭게 한다고 노래합니다. 결국 율법은 꿀보다 더 달다고 찬양합니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자신을 바라보며, 이제 신이 하느님의 종이 되려는 열망을 밝히면서, 자신의 부족함과 허물에서 정결케 되고 모든 죄에서 벗어나도록 기도합니다.

성모님이 하늘로 불림받는 성모승천을 기다리며 무더운 8월을 맞이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