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흘 동안

바람의노래 2012.04.05 18:50:43

그 사흘동안


 

그 사흘동안

어머니는 아드님의 부활을

기다림으로 키워내고 있었지요.

 


그 사흘동안

베드로는 스스로를 손가락질하며

가슴을 뜯고 있었지요.

 


그 사흘동안

제자들은 떠나온 곳을 향해

처진 어깨로 길을 떠났고

 


그 사흘동안

유다스는 피묻은 돈을 움켜지고

온몸을 떨고 있었지요.

 


그 사흘동안

빌라도는 판결 내린 손을

들여다보았고

 


그 사흘동안

대사제와 원로들은 ‘혹시 혹시’ 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지요.

 


그 사흘동안

예루살렘 시민들은

그저 그대로

일상을 살고 있었을 거예요.

 


그 사흘동안

막힌 무덤 속,

찢긴 몸에선 영원한 생명이 움트고 있었고

 


그 사흘동안

어둠의 장막 안에선

감미로운 빛이 솟아오르고 있었지요.

 


그 사흘동안

온 세상엔 사라지지 않을 기쁨이 싹터 나오고

온 우주는 무너지지 않을 사랑으로 춤추기 시작했지요.

 


그 사흘동안,

당신께서 십자가 위에서 온전히 부서져버린 후

황홀한 모습으로 부활하여 내 이름을 부를 때까지

그 아득했던 사흘동안.

 


(2003. 4. 10)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날씨가 추워도 봄이 오긴 오는 모양입니다. 교정에 서있는 산수유나무 두 그루에 노란 꽃이 핀 것을 보면요. 한국에 들어와 무거운 책임에 헤매다 보니 시를 쓰게 만드는 솟아오르는 영감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가끔 복잡한 일들을 의논하러 이사장이신 이곳 최주교님을 뵈러가면 늘 "복잡한 것 잊어버리고 시를 쓰라."고 하십니다. 그 때마다 웃기만 합니다.

오늘 아주 오래 전에 썼던 부활에 대한 시를 올립니다.

성목요일인 오늘부터 삼일 동안 제 자신을 깊이 들여다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