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이틀 전, 대학 신문사에서 함께 기자를 했던 선배언니를 만났습니다.
그 언니가 38년 전, 대학때부터 보냈던 내 모든 편지를 보관하고 있다가 돌려주어
요즘 시간있을 때면 읽고 있습니다.
엣 생각이, 그리고 그 때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 그 때 읽었던 책, 보았던 영화, 들었던 이야기, 그 때 나의 느낌. 너무 새롭고 전혀 기억이 안나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망각이 좋은 것일 수도 있구나, 시간의 흐름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1977년 12월 20일 입회했는데 같는 해 11월 1일 이런 시를 적어보냈네요.
하느님께 열정이 타오르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세찬 겨울
죄악처럼 아픈 바람과
녹슨 이성처럼 굳은 벽 앞에서
당신의 울음을 들어
한껏 울리는 종이 될 수 있다면,
끝을 남기지 않은 바다
한없이 깊어지는 심연의 물길 속에서
당신 파도에 의해 부서져버린
작은 모래알이 될 수 있다면
될 수 있다면,
짙은 어둠
굵은 빗줄기 속에서
당신 불씨를 받아
꺼지지않고 타는 모닥불이 될 수 있다면,
골로다로 오르는 언덕
그 힘겨운 삶의 중량을 지고가는,
허덕이는 당신을 위해
한 방울의 물이 될 수 있다면,
한 줄기 솔바람이 될 수 있다면
아니,
당신 발끝을 쓰는
마른 풀잎이 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