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 대한 단상

이경민수녀 2010.05.08 06:17:45


어머니에 대한 단상




1.



임종 며칠 전


새벽 두 시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신음하는 어머니 곁에 누었습니다.


 


하느님의 위로가 전해지도록


어머니의 손을 잡고 기도하고 또 기도하다가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잠결에


내 얼굴을 쓰다듬는 어머니의 손길


 


오히려 나를 위로하는


하느님의 손길인 듯싶었습니다.



 


2.



모르핀 때문에 주무시다가


어느 순간 잠에서 깨어나시면


 


밤인지 낮인지도 분간 못하시면서


꼭 하시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밥은 먹었냐? 가서 밥 먹어라.”



 


 본인은 한 달 가까이


 매일 물 몇 모금만 드시는데도


꼭 하시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밥은 먹었냐? 가서 밥 먹어라.”



 


3.



어머니께서 위독하시다는 전화를 받고


빨리 한국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고


 


중국에서 서둘러 돌아와 어머니를 뵙자


함박꽃 같은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임종의 시간이 길어지자


쉽게 갈 수 있는 곳도 아니라서


 


놓고 온 일이 걱정되어


가야하는데 하며 염려하는 딸의 마음은


 


어머니의 임종을 재촉하는 것만 같아 죄스럽고


어머니는 그런 딸의 마음을 눈치 챈 듯


자주 수녀 딸을 찾으셨습니다.



 


중국에 들어갔다가 다시 오겠다며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려던 날


 


어머니는 또다시 죽음의 문 앞에 서셨고


이틀 후


그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으셨습니다.



 


4.



“수녀 딸이 있어서....”


 어느 날 딸들 앞에서


 어머니께서는 수줍은 듯이 말씀하셨습니다.




 


 “수녀딸이 어때서요? 괜찮아요.” 했더니


 “어제 밤에 아버지가 나를 꼭 안았어야” 하시며


 부끄러운 듯 눈길을 돌리셨습니다.



 


 눈치 빠른 작은 언니가


“아버지하고 뽀뽀도 했구나.” 놀리니


어머니께서는 고개를 끄덕 끄덕하셨습니다.



 


5.



“어머니,


 나중에 하느님 만나시면 우리를 위해서 부탁 많이 해주세요.“


 


 작은 언니가 어머니께 여쭙자


 어머니 말씀


 


“하느님이 내게 그러실 거다.


저것은 땅에서도 부탁만 하더니


여기까지 와서 또 부탁한다고.“



 



 

+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내일이 어버이의 날입니다.


 금년 어버이 날에는 이제 전화걸 곳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도자로 지내면서 어버이 날에 꽃을 달아드린 때가 한 번이나 있었을까 싶습니다.


어머니를 하느님 곁으로 떠나 보낸 후 저는 물론이고 가족들의 슬픔이 얼마나 깊은 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정말 시간이 약인가 봅니다. 그리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아픔은 사나브로 사라지고 있으니까요. 며칠 전 작은 언니가 전화하면서 어버이날 어머니 아버지 묘에 꽃을 사가지고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내일 하느님 앞에서 두 손 모아 기도의 꽃다발을 드리려고 합니다.


 


이제 이곳도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나무에 초록빛 물이 오르고 있지요. 아직도 여전히날씨는 춥지만 봄이 오고 있음이 반갑고 고마운 일이랍니다.


매일 아이들과 지내면서 무력함과 숨김없이 드러냄 안에서 예수님께서 어린이와 같이 되라고 하신 말씀을 실감하곤 합니다.  무력함이 얼마나 큰 힘인지요!,


요즈음 세게 안에 벌어지고 있는 힘을 가진 이들이 빚어지는 참담한 현실을  마주 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