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탄에
소와 말은 병들어 있고
지푸라기 썩어가는 마구간일지라도
하느님은
오십니다.
별의 광채 희미해지고
산과 들이 황폐해지더라고
하느님은
이 땅에 내려오십니다.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이루어지소서.’라고
응답하는 한 영혼이 있고
불가능한 일에도
온갖 의혹에서 벗어난 신뢰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한 영혼이 있는 한,
삼왕의 선물이 없더라도
목동의 경배가 없더라도
말씀은
사람이 되어 오십니다.
짐이 버거워
꿈조차 놓아버린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우리들,
어둠 속에 손을 놓고
하늘만 바라보는
슬픔과 고뇌에 빠진 우리들,
하느님은,
사랑의 하느님은
이런 우리를 위해
2000년이 지나도록
또다시 포대기에 싸여
말구유에 누우십니다.
(2008.12. 20)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어제 피정을 하면서 쓴 성탄 시를 올립니다.
요즈음 들려오는 소식도. 마주치는 소식도 밝지 못해서
제 시도 그렇게 표현될 수밖에 없네요.
그래도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은 것은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크신 사랑,
역사를 통해 계속되는 그 분의 선하신 섭리에 대한 믿음 때문이겠지요.
우리 아이들도 24일 방학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이제 저희들도 번갈아 가며 한국에 들어갈 것이고요. 새해에는 가난한 이들을 더 웃게 만드는 소식들이,
아파하는 이들을 덜 아프게 하는 소식들이, 죽음을 이겨내고 삶을 선택한 이들이
더 용기를 낼 수 있는 소식들이 들려왔으면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