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의 시간에

이경민수녀 2008.05.24 20:09:27

 

어린 자식을 살리려고


무너진 기둥을 떠받느라


등뼈가 부러진 채 숨진 아버지,





남은 생애 당신과 함께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며


마지막 통화를 한 채


저 세상으로 가버린 남편,





백일 된 아이에게 젖을 물린 채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핸드폰에 남기고


아이 곁을 떠난 어머니,





그리고


수업 중에 파묻혀 버린 아이들을 찾아


맨손으로 무작정 흙을 파내며


울부짖는 어머니들과


 


온 가족이 매몰되고


혼자만 남아


살아있음을 한탄하며 


넋이 나가버린 할아버지를 봅니다. 








하느님,


 


당신이 창조하신 세상이 너무도 아름다워


그 위대한 손길을 찬미할 수밖에 없었던


한 폭의 산수화 같았던 산천도





이제


땅은 갈라져 젓가락처럼 휘고


산이 솟아나 지형을 바꾸고


없었던 호수가 생겨나고 또 무너지고 있습니다.


 


매일 
텔레비전에선



늘어난 사망자 수와


처참하게 파괴된 현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뒤엉켜버린 이 땅.


수많은 이들이 애원하는 소리를 들으시며


 

주님,

이 시간에도


당신은 이 깨어진 지구를 등에 지고


부서진 가난한 마음들을 안고서


목마르다고 외치고 계십니까?





(2008. 5.19  사천성의 지진에 희생된 이들을 애도하며 중국에서)





+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3일 간의 애도 기간이 끝났지만 지진으로 인한 후유증이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수업에 들어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들의 표정에서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성모님의 달인 오월.

 수업 중에 언젠가 읽었던 '한국의 성모'라는 기사가 떠올라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천성에세 아이에게 젖을 물린 채 운명을 달리한 한 어머니의 기사를 보면서. 아마 그 기사는 6.25전쟁에 참전한 한 외국인 기자가 쓴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 가자는 어느 날 한강 다리를 지나가는데 다리 밑에서 거의 발가벗은 채 죽은 여인의 시체를  보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그 여인이 안고 있는 아이는 살아있었고 여인은 자신의 옷을 모두 벗어 아이에게 입히고 스스로는 얼어서 죽었다고요. 학생들에게 모든 어머니의 마음은 아마 다 그런 마음일 것이고 성모님은 그런 모든 어머니의 상징이라고 말했습니다.

요즘 이곳은 이제 날씨가 풀려서 안개가 자욱한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밝지 못한 이곳 중국 사람들의 마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