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 이영수 신부님

홈지기 2023.01.02 00: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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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년을 시작하는 새해, 첫날이자, ‘천주의 모친 마리아 대축일이며, ‘세계의 평화의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새해 첫날 우리는 이 축일의 풍요로운 의미를 생각하며, 새로운 날의 깊은 뜻을 새겨 봅시다.

 

사실 새해, 새날이란 말은 다시 시작한다는 뜻과 함께 희망이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다시 시작하는 마음과 희망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 사실 우리 신앙인의 삶은 끝없는 시작의 삶을 살아가는 여정입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처럼, “진정한 새해는 해가 바뀔 때가 아니라, 우리 마음이 새로워질 때 시작됩니다. 그리고 동트는 날이 새날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내 형제로 보일 때가 새날이 밝아 옵니다.” 하신 말씀을 새롭게 되새기며, 주님의 꿈이 이루어지는 그날을 향해 다시 시작합니다.

 

오늘 제1 독서는 진정한 축복이 무언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사실 축복이란 온갖 좋은 것이 하느님에게서만 비롯되고, 하느님과 함께 생활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오늘 2 독서에서도 우리가 예수님 안에서 받는 축복의 위대함은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는 은총으로 집약된다고 사도 바오로는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전례는 이런 점을 강조하여 마리아에게 우리의 눈을 돌려 가장 복된 분을 바라보도록 초대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해답이 복음 말씀 안에 있습니다. 마구간의 여린 어머니 마리아를 잠시 생각해 봅시다. 세상은 가진 것이 많아야 행복인 줄 알고, 성공해야 복 받은 사람인 줄 압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최소한 오늘 새로운 한 해를 마구간의 어머니 마리아에게 출발하고자 하는 우리들은 너무 잘 압니다. 마이라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예수 그리스도밖에 없습니다. 그분에게는 오로지 연약한 포대기에 싸여있는 이 말 못 하는 아기만이 유일한 희망이요, 기대요, 바람이었으며, 감사였습니다. 그것이 그녀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그분 속에 참 하느님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이것 때문에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목자들과 가장 하찮았던 이들만이 아기와 그 어머니를 알아보았습니다.

 

마리아는 스스로 자신의 인생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기가 막힐 사건들의 연속 앞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아무것도 없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마음에 간직하며 곰곰이 되새겼다고 복음 성서는 전해줍니다. 곰곰이 되새기는 일, 어쩌면 마리아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든 일들을 스쳐 지나가지 아니하고 곰곰이 되새겨냅니다. 천사의 부름을 받았을 때도, 그리고 목동들의 방문을 받았을 때도, 성전에서 아들을 봉헌하고 찾았을 때도, 결국 아들이 십자가에 매달렸을 때도 그녀는 되새겨내었습니다.

 

곰곰이 되새기는 일, 그것은 바로 기도입니다. 마리아의 전 인생에 걸친 삶의 태도입니다. 곰곰이 되새겨야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고, 깊이 간직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입니다. 정초에 그런 마리아를 천주의 모친으로 받드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요행을 바라지 아니하고, 내가 마셔야 할 잔을 곱씹으며 닥쳐올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일, 하느님만을 생각하는 믿음, 바로 마리아의 힘입니다. 우리가 11, 한 해의 시작을 천주의 모친으로 경축하는 날로 보내는 이유입니다.

 

하느님은 은총을 가득히 입은 한 여인의 몸 안에서 친히 육신을 입기로 하셨고 그 은총에 마리아는 로 기꺼이 응답하셨습니다. 바로 이 순종을 통해 마리아는 가장 온전한 방식으로 예수님을 따르는 모범이 되셨습니다. 그분은 언제나 하느님의 뜻에 깊이 자신을 바치는 삶, 믿음으로 자신을 철저히 비우는 삶, 아들의 어두운 죽음 속으로 온전히 들어가는 삶을 살으셨습니다. 마리아는 당신 아들과의 가장 친밀한 관계를 끊임없이 우리 앞에 열어 보이셨으며, 온전한 순종, 철저한 겸손, 확고부동한 신뢰로 예수님을 따르는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통해 교회를 보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우리를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게 했던 바로 교회의 어머니이십니다. 또한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교회의 어머니이기에 바로 우리의 어머니이십니다.

 

그러니 최소한 우리가 마리아에게 이 한해에 대한 기원을 봉헌하고자 한다면, 우리도 마리아의 복을 함께 누리도록 간구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하느님은 세상 모든 사람에게 복이 되어 오신 분이십니다. 그러니 오늘처럼 남에게 복을 빌어주며 천상의 어머니처럼 하느님과 함께 한 해를 살아갑시다.

 

새날, 새 아침을 맞이하면서, 꼭 다시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목표로 삼는 영원한 삶은 다음에 오는 삶이 아니라, 당장 내가 있는 여기, 지금이라는 것입니다. 영원한 삶은 하느님 안에서 그분과 함께 하는 삶이요. 그 하느님은 바로 내가 있는 여기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네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요한 15.4)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6.24) “우리의 기쁨이 충만해지도록 이 글을 씁니다.”(요한11.4)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에 나오는 대사, Carpe Diem ‘지금 이 시간을 잡아라는 뜻인데, 이 순간을 충실해라. 지금을 즐겨라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너와 함께 있는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말이 메아리쳐 옵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지금 여기 있는 이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다짐을 하면서, 우리 어머니의 믿음을 가지고 복된 한 해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