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루었다.

이경민수녀 2007.04.08 07:25:52

 

 


다 이루었다.





인간다움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밑바닥까지 무너져야


당신처럼 


다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형체조차 알 수 없을 만큼


부서지고 부서져야


당신처럼


다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크지도 않은 십자가를 졌건만


허덕이며 지내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일상





강하지도 않은 채찍에 맞았건만


어쩔 줄 몰라 하는


초라한 우리들의 일상





처절한 외로움 속에서


어찌 저를 버리셨습니까 외치며


당신처럼 죽을 때라야





찬란한 부활의 아침은 밝아오겠지요,


사랑하는 저의 주님,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부활입니다. 금년 성주간에는 하느님의 섭리로 이곳에서 성삼일 전례를 다 지낼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수난 감실 앞에서 몇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이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매일 미사가 없어서 한 달에 한두 번 중국 신부님께서 주례하시는 미사에 참석하고 또 주일날  한국 사람들끼리 하는 미사만 하고 있어서 평일에 미사를 하게 되면 보너스를 받은 느낌입니다.


어제 성목요일 전례를 마친 밤에 이어서 그리고 아침과 점심 때 세차례 수난감실 앞에서 성체 조배를 했는데(신부님께서 두 군데에서 전례를 하시게 되어서 시간들이 좀 달랐지요.)오전 9시부터 12시까지는 중국 신자분들이 성체조배를 하신다고 해서 한국 신자들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을 위한 전례가 오후 1시에 있어 저는 11시에 이른 점심을 먹고  공소에 갔었지요. 그곳에 도착하니 중국 신자 아주머니께서 홀로 성체 조배를 하고 계셨습니다. 중국미사 때 늘 보던 분이셨지요. 제가 같이 앉아 조배를 하는데 아주머니께서 우시는지 훌쩍거리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휴지를 한 장을 건네 드렸더니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수녀님을 보니 내 딸도 수녀라 생각이 나서요." 아주머니께서 따님의 본명은 마리아라고 하셨고 어디에 있다고 하셨는데 그곳이 어딘지는 제가 모르겠더군요. 그 분의 말씀을 듣고 나니 저도 제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서 마음이 아려왔지요. 제 어머니께서는 중국으로 떠나올 때면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할 말은 없지만..."늘 후렴처럼 말씀하시지요.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주님을 따르시는 어머니, 가까운 곳에 사랑하는 딸을 두고도 하느님 때문에 떨어져 있음이 가슴 아픈 어머니 마음이 이런데 죽음의 길을 가는 아들을 바라보는 성모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을 같이 느끼듯 아마 성모님께서는 부활 아침 아들에게 일어난 일을 곧바로 아셨으리라는, 그 순간 부활의 신비를 함께 느끼셨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