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2주일(가해) (2022년 12월 4일) - 이영수 신부님

홈지기 2022.12.12 17:16:55

대림 2주일(가해

 

오늘은 대림 제2주일 인권주일입니다. 사람은 존재 자체로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피조물임을 자각하는 날이며, 신분, 국적, 빈부를 초월해서 어떤 인간이라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특별한 관심과 기도가 필요한 주일입니다. 은혜로운 대림시기 둘째 주일을 맞이하면서, 인간은 하느님 앞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고, 우리 모두가 한 형제들임을 깨닫는 주일이었으면 합니다.

 

계절(Season)이라는 말의 의미는 씨를 뿌리다라는 라틴어 어원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교회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마치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에 비료를 주고 가꾸고 가을에 수확을 거두고 그리고 다음 해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것처럼, 계절의 의미는 성장의 과정과 변화의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런 의미로 보면 인간의 삶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인 순차적인 시간을 의미하는 크로노스가 아닌, 특별한 의미가 담긴 기회나 어떤 사건인 카이로스의 시간의 여정을 살아가는 삶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우리가 순차적인 시간을 살아가면서, 영원을 향해 오직 시간의 신비로 충만히 채워진 현재를 깨어 살아가게 하는 교회의 전례력에 따라 살면서 주님의 음성을 듣고 깨어 기도하며, 사랑하면서 찾고, 찾으면서 사랑하는 끊임없는 시작의 삶을 살아가도록 이끌어 줍니다.

 

특히 대림절은 우리 가운데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고요하면서 동시에 기쁨에 찬 기대를 담고 있는 시기입니다. 하느님이 사람으로 세상에 오신 것을 기념하는 예수 성탄 축제를 준비하며, 동시에 세상 마지막에 영광스럽게 다시 오실 분을 깨어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일관되게 성탄이라는 기점을 통하여 우리들이 회개의 삶을 향해 거듭나기를 바라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대림절 둘째 주일에 회개하라는 말씀과 함께 두 번째 촛불을 밝힙니다.

 

성탄은 메리 크리스마스로 끝나버리는 축제일이 아닙니다. 성탄은 새롭게 살고, 거듭나기를 바라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오늘의 제1독서에서 이사야는 그 절망의 시대에,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주며 메시아 대망을 노래합니다. 장차 이루어질 세상이 어떠할 것인지를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세례자 요한의 광야의 외침을 듣습니다. 이어서 세례자 요한은 너희는 회개했다는 증거를 행실로써 보여라.”라고 경고합니다.

교회는 매년 대림, 오실 분에 대한 기다림으로부터 한 해를 시작합니다. 기다림 속의 시간은 그냥 흘러가는 시간만이 아닙니다. 새로운 존재, 새로운 변화로의 되어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되어감은 대단히 중요한 단어입니다. 하느님은 미완성품으로 인간을 만드셨습니다. 인간 이외의 모든 피조물을 완성품으로 만들었지만 유독 하느님을 닮은 인간만은 자유의지를 줌으로써 책임을 가지고 완전한 인간으로 만들어가는 보람과 가쁨을 허락하시어 완성품의 인간을 만들어가도록 하셨습니다.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 아닌 것처럼 사람 되기를 제대로 기다리고 또 제대로 살아내는 사람만이 그 됨됨이가 시간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법입니다. 제대로 기다릴 줄 알았기 때문이고, 쇄신의 노력과 함께 거듭날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대림시기는 희망이 있고 바램이 있기에 다시 한번 내 생애의 숨길을 새로운 탄생으로 보듬어내고자 하는 그런 기다림의 시기입니다.

 

참으로 어둠으로 가득 차 있는 내 안에, 믿음이라는 새로운 등불로 내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아는 그런 신앙을 기다리고 준비하고 싶습니다. 그리스도를 만나자 죽었던 사람도 일어났고, 그리스도를 만나자 울던 이도 눈물을 그쳤습니다. 그리스도를 만나자 의미 없던 사람이 의미를 찾고 목적 없던 사람이 목적을 찾았습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로소 그리스도인이 되어갔습니다. 내가 예수를 그리스도를 믿고 그래서 그리스도인이 된 것은 내 생애의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그런 그리스도를 이번에 기다리고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대림초가 두 개가 밝혀졌습니다. 어느새 나머지 한 장의 달력도 뜯겨져 나갈 터이지만 그냥 그렇게 이 한 해가 마무리되고 정신없이 또 한 해를 시작하기는 싫습니다. 오늘 대림 제2주일에 희망, 기대, 기다림과 믿음이라는 아름다운 단어들이 다시금 내 안에 굳건히 자리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싶습니다.

 

우리 안에, 우리 공동체 안에 예수님을 모시고 하느님의 나라를 준비하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둡고 답답한 엄연한 인간현실의 한가운데에 살면서도 자기 자신에만 집착하지 않고, 하느님의 시선으로 주변을 볼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의 시선으로 이웃을 보고 나를 본다는 것, 이것이 바로 회개입니다. 회개는 나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나의 시야로만 내 인생길의 복락을 추구하던 일방성을 접고, 이 세상을 하느님의 눈으로 다시금 보게 만드는 일입니다. 당신의 모상을 닮은 존엄한 인간들의 땅이 하느님의 나라가 되는 것이 예수님의 꿈이고 우리의 꿈입니다. 이 꿈을 꾸며 인권 주일을 보내고 성탄을 기다리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