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이경민수녀 2007.03.22 03:13:42

 

 십자가











캄보디아에 다녀온 조카가


발목이 잘린  십자가를


선물이라며 주었네

 




전쟁 후에 남겨진 지뢰를 밟아


절름거리는 아이들을,


그나마 살아남아 


한 다리로 뛰는 아이들을,

 




가슴이 저려와서


차마 볼 수 없었다며


검은 실끈에 매달린


이상한 십자가를 나에게 주었네.

 




구멍이 뚫린 얼굴,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양팔을 활짝 벌리고 있는


한 다리가 짧은 기이한 십자가.





오늘 아침,


이 십자가를 목에 걸면서


아직도 이 세상 곳곳에서 


이유 없이 강도에게 당한 이들


여전히 착한 사마리아인을 기다리고 있음을





행여나 짐 덩어리 지워질까


이유 붙이며 달아난 나를,


무심한 척 비켜감으로 공범이 된 나를,


아프게 아프게 들여다보았네.





나로 인해 삶이 잘려버린


슬픈 예수를 눈시울 붉히며 바라보았네.


       (2007. 3. 9)




 

 

+나의 하느님은 하느님

 

이곳에도 봄이 오고 있습니다. 버드나무 끝이 연두색으로 변해가고 있고

개나리도 피고요. 그래도 바닷가 답게 바람은 여전합니다.

우리 수녀회 지원자들 사진을 받고 옷장에 붙여놓았습니다. 우리 복실씨도 잘 지내는 것 같고요. 요즈음은 지난 해와 달리 혼자 있으니 공동체 생각이 많이 납니다. 한 달도 안되었는데 한국에 있었던 때가 옛날 같이 아득하고 꿈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한국은 아름다운 봄이 되었지요?  예술 문화회관 앞의 개나리는 흐드러지게 피어있는지요? 수녀원의 사순절, 금요일 십자가의 길을 어떤 그룹이 하는지요?

예전 처럼 특별하게 개인이나 그룹이 자기 체험을 가지고 하는지요?

 십자가의 길을 하면서 울었던 그룹들이 떠오릅니다. 

이 특별한 시기에 십자가 안에서 하느님의 온전한 사랑을, 예수님의 완전한 봉헌과 희생을, 그리고 지금도 이러한 사랑과 희생이 계속되고 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점차 우리에게 구원의 시간, 승리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