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 1주일 (2022년 3월 6일)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핸리 나윈 신부님은 사순절을 겨울과 봄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다투고 있는 계절의 양상이라고 묘사하십니다. 사실 이 기간동안 어둠과 빛이 서로 갈등을 일으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봄이라는 의미를 가진 사순절(Lent)은 기도와 단식과 자선을 통해 부활절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나무에서 잎이 돋아나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며, 삶의 모든 영역에서 변화를 재촉하는 시기입니다. 그러므로 세상 속에서 오직 즐거움, 편안, 만족을 갈구하면서 살아왔음을 자백하며 우리가 다시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며, 우리의 진정한 정체성을 회복하는 회개의 시간입니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에는 때가 있습니다. 씨를 뿌릴 때가 있고 추수할 때가 있습니다. 하느님은 열매를 주시지 않고 언제나 씨를 주시고 사람의 노력으로 열매를 거두는 기쁨을 얻도록 하십니다. 특히 봄에는 씨를 뿌릴 때입니다. 기도와 단식과 자선의 씨를 열심히 심고, 뿌려서 거름을 주고 물을 주며 싹이 내고 주변에 잡초가 나거든 뽑아 화창한 꽃들을 보는 기쁨을 누립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사순절은 우리의 정화와 참회가 이루어져야 할 40일이고 우리의 부활 준비가 마련되어야 할 40일입니다. 어쩌면 한 해 우리네 삶 속에서 이렇게 정화와 참회와 회개의 시기가 따로 특별히 마련되어 있다는 것은 소중한 은총의 시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주 특별한 순간”이라는 안토니오 사지 신부님의 책의 첫 장 한 페이지에 아주 작은 필기체로 새겨 놓은 글귀를 읽으면서 금년 사순절에 다시 새로움을 찾을 힘을 얻습니다.
“모든 성인은 과거가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죄인에게는 밝은 미래가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하느님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우리가 비록 과거에 넘어졌다 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하느님의 놀라운 아들 딸들입니다.” 우리 마음의 빈자리를 하느님의 한없는 사랑으로 가득 채우는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도록 다시 새롭게 시작하라는 격문처럼 보입니다.
오늘 복음은 매년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들어왔던 광야의 유혹 사화입니다. 유혹 사화는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광야에 가시어, 앞으로의 공생활을 펼치시기 전 자신의 사명을 꿰뚫는 시간이고 결국 무엇과 어떻게 싸워 세상을 구원할 지를 결정짓는 시간이 바로 이 광야의 유혹을 통해 드러납니다. 따라서 이 유혹은 예수 자신에게 내가 누구인지를 더욱 명확히 깨닫게 만들어준 정체성의 시간이며, 하느님의 나라는 결국 무엇과의 싸움이고 어떻게 싸울 것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내 준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은 40일간의 단식으로 허기지셨을때 유혹자가 첫 번째로 유혹합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면 이 돌들을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우리는 이런 유혹의 소리를 주변에서 자주 듣습니다. 주님, 당신이 하느님이 이시라면 이것 해주십시오, 저것 해주십시오, 왜 왜 왜? 보고만 계십니까? 우리 육신에 대한 유혹입니다. 육신에 대한 유혹은 가장 원초적이며 가장 강렬합니다. 편리함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 결코 채워지지 않는 쾌락에 대한 질주, 좋고 맛있고 편안한 것 만을 찾는, 이 몸에 대한 우상화는 현세대 우리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유혹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마귀는 허기지신 예수님에게 먼저 자신을 생각하고 기적으로 배를 채우라고 유혹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고 기적을 거절하십니다.
두 번째로 사탄은 성전 꼭대기에서 세상 권세와 부귀영화를 보여주며 나에게 경배하고 무릎을 꿇으면 이 모든 것을 차지할 것이라 유혹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위해서 히틀러나 푸틴처럼 절대권력을 사용해 남을 힘으로 재압하고 복종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방식을 거절하십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방식, 사랑의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힘을 숨기고 한없이 약해지고 무력해지는 방식을 하시려 하십니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하더라도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고 온전한 자유를 통해서 자신들이 선택하도록 하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주 너희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 만을 섬겨라”하십니다.
마지막으로 사탄은 몸을 던져 보라고 합니다. 천사들의 보호를 받는 놀라운 기적을 보여 사람들을 환호하게 만들어 손쉬운 방법으로 명예와 영광을 누리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우리의 전신에 대한 유혹입니다. 명예욕, 과시욕, 체면과 위신, 받들어져야 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유혹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하느님을 시험하는 행위이고 하느님의 사랑을 강요하는 그런 유혹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기적을 거절하십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유혹하기보다 하느님께 신뢰를 드려야 하고 하느님의 뜻에 맡겨야 한다고 하십니다. 기적은 온전히 자기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고 남을 위해서만 사용한다고 다짐하십니다. 그래서 “주 너희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라, 하신 말씀이 성경에 있다.”하고 대답하십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런 유혹을 뚫고서 서서히, 조용히, 성장하는 나라 입니다. 씨앗의 힘, 누룩의 힘, 소금의 힘, 빛의 힘을 믿읍시다. 예수님이 세우시려는 나라는 가난한 사람들의 것, 자비스러운 이의 것, 눈물을 흘리는 사람의 것, 정의와 평화를 위하여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의 것이라고 가르치시려 작정하십니다.
사순 여정의 목적지는 하나입니다. 이 사순 40일은 우리 모두를 단 한 군데로 집중시킬 것입니다. 바로 십자가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로 우리를 인도할 것입니다. 엉뚱한 곳으로 가지 마십시오. 쉽고 편안한 길 말고 힘들고 어려운 오르막길 십자가의 길로 가십시다. 내 인생의 십자가가 있는 곳, 거기에 하느님이 계십니다. 거기에 생명이 있고 거기에 구원이 있습니다.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고 합니다. 금년 사순절을 조금 더 특별하게 살아보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