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목 세 그루

씨튼수녀회 2013.03.22 05:32:49

 

며칠 전

둥근 통속에 넣어진

묘목 세 그루를 받아

화분에 심었습니다.

 

버스로 왔는지 트럭을 탔는지

이틀이라는 시간을  

목포에서 이곳 부천까지  

꽁꽁 막힌 공간을 견디며  

살아서 전달되었습니다.

       

동백 두 그루와 석류 한 그루   

봄이 되니 묘목 밭에서 뽑혀   

통 속에 넣어진 채   

가쁜 숨을 내쉬며   

어둠 속에 웅크렸을 작고 가느다란 나무들.

       

붙여놓은 테이프를 떼고 뚜껑을 여니   

뿌리들은 젖은 종이타월로 감싸져   

물이 담긴 비닐 속에 있었습니다.

 

긴 사순절   

제 일상은   

가슴을 잃고 머리로 살며   

희망을 잃고서도 희망으로 참으며   

사랑을 잃고서도 사랑으로 버티는   

검은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래 이 어린 나무들이 통속에서 나왔을 때   

저는 울컥해 눈물을 흘릴 뻔 했습니다. 

 

어쩌면 하느님께서는   

한 줄기 빛조차 들지 않은 어둠의 동굴 속에   

저를 버려두시기 전 

 

당신과 떨어져 긴 시간 동안   

당신에게서 벗어난 긴 거리에도 

 

아니, 당신조차 사라져버린 그 암담함 속에서도 

느끼지 못하나 숨쉬며 살아내도록   

견디고 견디고 또 견디어 내도록

    

미리   

내 희망의 뿌리를 감싸고   

내 사랑의 뿌리를 당신 샘 안에 두셨던 것입니다. 

 

(2013.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