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1월 06일 월요일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 성당 11:00
+ 찬미 예수님
주님과 교회에 봉헌하셨던 그 첫 마음과 정신으로 본당과 교육기관, 병원과 사회복지 시설, 등
여러 사목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하시는 수도자와 외방 선교회 수녀님들과 신부님, 수사님!
여러분들의 헌신적인 봉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모두가 올 한 해도 우리의 첫 마음이
흔들림 없이 생활할 것을 다짐하며 주님께 도우심을 청합시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 말씀은 우리가
어떠한 정신과 마음으로 우리의 축성생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최근
주교회의에서는 수도자들의 삶의 정체성이 봉헌생활이라기 보다는 축성생활이 더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앞으로는 ‘축성생활’이라는 용어를 공식화하기로 하였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제1독서 요한 1서는 ”우리가 받은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시는 것을 우리는 성령을 통하여 알게 된다.“ 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생을 하느님 안에 머무르겠다고 다짐하면서 복음 말씀은 물론이요 제2의 복음서와도 같은 회헌과
규칙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서원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첫 서원 때나 종신서원, 또는 사제품을
받을 때, 그리고 피정 때나 감사드릴 기쁜 일이 생기는 기회에, 혹은 잘못했을 때 등 여러 가지 기회에
주님께 이러저러한 약속을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약속에 우리는 얼마나 충실하였는지 되돌아보면
저 자신부터 배은망덕한 경우가 허다하였음을 반성합니다. 금년 한 해를 시작하면서 잠시 침묵
가운데 우리 각자가 여러 기회에 주님께 봉헌한 서원과 약속을 마음 속 깊이 새기며 실천할 수 있는
필요한 은혜를 간청합시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즈불룬 땅과 납탈리 땅,
바다로 가는 길, 요르단 건너편, 이민족들의 갈릴래아,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장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빛이 떠올랐다.”라는 이사야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고 말씀하시면서 그때부터 예수님께서는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백성 가운데에서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습니다. 오늘 매일 미사의 묵상에 의하면 예수님 시대,
갈릴래아는 외롭고 슬픈 곳이었습니다. 율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 하여 무시당하였고, 가진 것이
없다고 업신여김을 감내해야 하였던 곳으로 권력 중심부로부터 멸시당했던 곳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예수님의 권위있는 새로운 말씀을 듣고 여러 가지 기적을 목격하면서도 "나자렛에서
무슨 예언자가 나올 수 있겠는가?" 라고 갈릴레야 출신 예수님을 비아냥거렸겠습니까? 하늘 나라는
이렇게 갈릴래아 곧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의 자리에서 선포되고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활동하신 곳은 모두 가난한 지역이었고,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자리는 성공한 이들이 넘쳐 나는
예루살렘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바로 소외받은 지역에서 먼저 복음의 기쁨과 가치를 선포하시고
위로해주신 예수님을 본받아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에 우선적인 관심과 배려에 힘써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선포하는 복음말씀이 바로 우리의 생활을 통해 입증될 때 권위 있게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우리가 한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삶을 통해 드러날 때 우리가 전하는 복음 말씀이 힘이
있고 신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성직자 수도자들의 우선적인 역할은 사목의
기술자나 상담의 기술자로서의 기능인 보다는 하느님의 거룩함과 사랑과 자비의 거울이 되는 존재
자체로서 하느님의 권위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청빈, 순명, 정결이라는 복음삼덕을
통하여 복음의 이상을 가장 깊이 있게 드러내려는 수도자들의 모습은 기능인으로서 보다는 존재
자체로 하느님 사랑과 자비의 얼굴로 드러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도자들과 선교사들의 삶이
역할과 기능인으로서의 삶보다는 기도의 삶으로 존재자체로서 하느님 사랑과 자비의 얼굴과 거울이
됩시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교구에서 주님과 교회를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해주신 수도자 여러분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여러 가지로 힘든 때도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참고 견디며 주님께 모든 것을 봉헌하는 믿음으로 묵묵히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여러분 수도회의 카리스마가 보다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교구장으로서 함께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도자 여러분들께서도 기도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축성생활, 봉헌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외의 다른 모든 것을
철저히 포기하는 지혜와 굳은 의지와 용기와 필요한 힘을 청합시다.
올 해는 경자년 쥐띠의 해입니다. 쥐는 먹이를 잘 모으기 위해 부지런하고 영리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협력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계란을 옮기려고 할 때 계란 위에 올라가 손발로 움켜 쥔
채 들어 눕고 다른 동료 쥐가 누운 쥐의 꼬리를 물고 집으로 끌고 간다고 합니다. 우리도 우리 영적인
양식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부지런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은혜로운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주님, 당신의 사랑과 자비를 선포하는 저희들의 말이 저희 생활을 통해 드러나도록
힘을 주시고 이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