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붑니다. 강물은 흐르면서 물결을 보여줍니다.
우리 각자는 작은 돛단배에 타고 있습니다. 돛단배는 바람과 흐르는 물결에 따라 움직이고 또 곁에
있는 다른 작은 돛단배에 영향을 받습니다. 돛단배를 탄 나는 돛을 옮기고 방향타를 움직이는 등
작은일, 큰일을 하면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려고 애를 씁니다.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혼자서도 가지만 때때로 어려움이 있을 때 작은 돛단배를
연결해서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고, 아주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일에도 불의하다.“ 말씀하십니다.
작은 일과 큰일을 어떻게 구별할까요? 구별하는 잣대는 대부분 ‘내 잣대’일 겁니다. 제1독서에서
“속이자”라고 한 모습을 주님께서 야곱의 자만이라고 하십니다. 내 안에서 속삭이는 말을 듣고
움직이기에 이런 모습을 드러냅니다. 내 안에서 속삭이는 목소리 주인공을 ‘에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이언 홀리데이는 <에고라는 적>이라는 책에서 에고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자신이 가장
중요하고 대단한 존재라고 믿는 건강하지 않은 믿음.’ 이런 에고가 속삭이는 소리에 따라 ‘내 잣대’로
작은 일과 큰일을 구별합니다. 당연히 큰일을 열심히 하고 작은 일은 소홀히 하겠지요.
그렇다면 하느님 앞에선 큰일과 작은 일은 어떻게 구별할까요? 아마 이 구별은 무의미하지 싶습니다.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대 데레사, 예수의 성녀 데레사)께서는 <영혼의 성>이란 책에서 “주님께서는
일의 크기를 보시지 않고 어떠한 사랑으로 하는가를 보십니다.”하고 말씀하십니다. 큰일과 작은
일이라기보다 일을 어떤 사랑으로 하는가가 중요합니다.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하실 때 섬기는 일은 한쪽만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작은 일과 큰일을 구분하면서 일을 하는 모습은
‘내 잣대’로 재는 모습이니 결국 ‘나’를 섬기는 꼴이 됩니다.
작은 일에 성실하려면 내 잣대를 대지 않는 일 즉 나를 죽이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기주의적인
모습을 없애는 일이 필요합니다. ‘나를 죽이는 일’을 ‘작은 순교’라고도 합니다. 그만큼 어렵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잊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는 인간에 관한
진리를 이렇게 봅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만들어진 멋진 모습과 ‘비참과 허무만이 우리의 것’이라는
멋지지 않은 모습을 함께 지니고 있는 존재라고. 이 멋지지 않은 모습을 돌이켜 본다면 이기주의적인
모습을 없애는 일이 만만치 않으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께서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사랑하는 님과 같이 있으면 자기를
잊어버리는 것쯤 어려운 일이 아니니, 한결같은 생각은 어떻게 하면 그 님을 더욱 기쁘게 해드릴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만 당신께 대한 사랑을 드려낼지, 오직 여기에만 있는 법입니다."(영혼의 성) ‘님과
함께’ 있으면서 사랑을 드러내는 일에 애써야합니다.
우리가 일을 해낼 때 필요한 자원인 ‘자제력과 사명감’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자제력은 ‘소모성
자원’이라고 합니다. 양이 정해져 있다는 말이지요. 한쪽에 많은 양을 써버리면 다는 쪽에 쓸 양이
적다는 말입니다. 의지가 무한정 늘어날 듯 여겨지지만 그렇지 않다는 말입니다. 자제력을
관리하려면 본업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해야합니다. 욕구에 저항하는데 보내는 시간이 짧고,
일상 일에 투입되는 정신 에너지가 적고, 쓸데없는 일에 자원을 적게 투입해야합니다. 또 ‘사명감’이
있어야 목표를 더 잘 달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작은 돛단배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해야 목적지로 향해 나아가듯이 작은 일에 성실하려면 사랑을
지니고서 ‘내 잣대’로 작은 일, 큰일을 구별하지 않고 일을 하면 됩니다. ‘할 수 있는 일로 주님을
섬기도록 예사로운 일에 손을 대는’(영혼의 성) 일을 하면 됩니다.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덕을
입히리라 생각하지 말고, 그저 함께 사는 이들에게나 잘하려 애쓰는’(영혼의 성) 일’입니다.
시작은 처음부터 해야죠. 미국 해군 대장이었던 '맥레이븐'이 모교 졸업식에서 한 졸업연설
일부내용을 들으면 마음에 와 닿을성 싶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으세요? 침대 정돈부터 똑바로 하세요. 매일 침대 정돈을 했다면
여러분은 그날 첫 번째 과업을 완수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여러분에게 작은 뿌듯함을 줄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과업을 수행할 용기를 줄 것입니다.
하루가 끝나면 성공한 과업이 하나에서 여럿될 겁니다.
침대를 정돈하는 사소한 일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줍니다.
여러분이 사소한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면 큰일 역시 절대 해내지 못 할 겁니다.
그리고 혹시 비참한 하루를 보냈다면 집에 돌아와 정돈된 침대를 보게 될 겁니다.
이것은 여러분에게 내일은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