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한가위) - 이영수 신부님 강론

홈지기 2019.09.13 18:42:23

무더웠던 더위는 어느새 물러가고 청량하기 이를데 없는 바람을 마주 하노라면이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하시던 옛 어르신네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깨닫게도 됩니다오늘은 그런 한가위입니다.

오늘처럼 형제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쁨과 형제애를 나누는 이 명절은 사실매주일 하느님의 자녀들이 모여

바치는 주일 미사를 닮았습니다.이 날은 어려웠던 타향살이고생스러웠던 농사일땀 흘렸던 노동이 모든

것이 사라지고 감사와 기쁨과 나눔의 즐거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이날의 기쁨을 온가족이 나누면서생명을 물려주고 사랑으로 길러주신 조상과 부모님을 기억하는

아름다운 효심을 길렀습니다특히 유교문화의 전통 속에서 孝를 인간의 근본도리로 삼아온 우리 민족은 명절이면 조상을 공경하는 차례를 지내오고 있습니다차례 상 대신에 지금 우리는 조상들을 기억하면서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고 있습니다그래서 추석 한가위는 이웃과 함께 하는 민족의 축제가족과 함께 하는 사랑의

축제하느님과 함께 하는 교회의 축일이기도 합니다그래서 오늘 교회는 이 뜻깊은 날에 인생의 추수인 종말의

의미를 상기 시켜주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이 한가위의 정신에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 않습니오늘 복음의 이 부자의 큰 잘못은 결국

자신만의 추수감사제를 드린 것입니다그에게는 자기 입에 들어갈 몫 밖에 없었습니다그에게는 이웃도

하느님도 보이지 않습니다땅에서 그는 새로운 창고를 지어야 할 만큼의 넉넉한 사람이었습니다그러나 하느님

앞에서 그는 자기 한 입에 들어갈 몫 말고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었고 그것이 그의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한가위의 정신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아니 자기 소출을 위한 창고를 지었을 때차라리 그것을 하느님께서

베푸신 선물이라 여기고 그 창고자리에 차라리 제단을 쌓았더라면그리고 그 제단에서 더 많이 가난한 이들과

함께 나누는 성찬이 벌어졌더라면 그 소출은 독이 아니라 복이 되었을 것이 확실합니다어리석은 사람은 이것을

모릅니다아무리 내가 대단한 것을 가져도 내 목숨을 가지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인생의 성공은 공적을

쌓고재산을 쌓는 것이 아니라얼마나 많이 배푸냐에 달렸다고 합니다.

 

그리고한국의 명절 추석이 북미주의 추수 감사제보다 훨씬 더 귀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미국은 11월 넷째 주 목요일캐나다에서는 10 월 둘째 월요일에 기념하는 추수 감사제는 한 해의 소출을 모아놓고 벌이는

축제라고 한다면한국의 명절 추석은 사실 절기로 따지면 추수가을걷이를 하 기 전입니다.

아직 벼도 조금 덜 영글었고 과일들도 아직 풋과일들입니다본격적이 가을걷이는 오히려 추석 이후부터

시작이지요.그래서 추석은 채 익지 않은 햇곡식을 거둬 조상께 먼저 올리고 나서친지와 이웃들에게 먼저

나누며 수확기까지 큰 재해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기원하는 날이 바로 추석이 한가위입니다.

가장 먼저 자란 맏물들을 먼저 나를 있게 하고 나에게 소출을 내게 하신 땅과 하늘의 조상들에게 제물로써 제일

먼저 봉헌합니다그리고는 그것을 미리 덜어 친지와 이웃들에게 나누고 대접합니다이것이 한가위의

정신이었습니다내 먹기 전에 조상과 이웃들을 먼저 챙겼던 그 마음이 이 한가위를 더 빛나게 하였던 것입니다.

 

추석이라는 명절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고내 잘나서 지 혼자 사는 생이

진짜가 아님을 깨닫는 은총의 시간입니다화해할 수 있는 시간감사할 수 있는 시간인사드릴 수 있는

시간이 남은 우리들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만나서 손을 맞잡을 수도 없이 그저 쓸쓸히 갇혀 있는 가난한 사람들그들도 기억해 주십시다아직 남은 이

시간에 나보다 더 힘든 사람 한 명에게라도 기쁨이 되어주십시다지금 나를 있게 해 주신 모든 조상님들

그리고 나보다 먼저 이 세상이라는 여행을 마치신 분들의 영혼을 위해서도 이 미사 정성껏 봉헌토록

하십시다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