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일 대림 제1주일 강론-이영수 신부님

홈지기 2018.12.03 20:23:41

겨울의 문턱에서 우리는 대림시기를 다시 맞이합니다. 오늘은 그 첫날입니다.

낮의 길이도 많이 짧아졌고 대자연도 생명의 빛을 잃어가면서 죽음의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례주년 다해, 루카복음의 해를 시작하면서 우리도 삶의 종말을 바라보고 삶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오늘 우리는 나자렛 예수, 그 놀라운 인물, 하느님의 아들, 우리가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바로 그분의 이야기를 다시금 시작하려 합니다. 이 이야기는 해마다 다시 되풀이하며 그분이

우리에게 누구신지, 그리고 구분과 함께 우리가 누구인지 다시 묻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분의

이야기를 세상 종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태양이 희미해지고 별들이 빛을 읽는다고 합니다. 땅에서는 바다와 거센 파도소리에 자지러진

민족들이 공포에 휩싸일 것이고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리기에 두려움으로 까무러칠 것이라고 합니다.

오늘 그분은 피할 수 없는 세상 종말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교회는 대림절 첫 날, 첫 시간에 왜 종말에 대한 이야기로 겁을 주려 할까요? 전례력의 시작을 종말을

통해서 모든 것이 사라진 다음 시작될 새로운 세상, 완전히 다른 세상, 하느님의 나라를 꿈꾸며

살아가도록 초대합니다. 어두운 밤하늘에 서광이 비추어 온다고, 빛을 향해 머리를 들고 일어나라고

합니다. 다시 시작하라고 재촉합니다.

루카복음은 과거에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대비하도록 합니다. 

대림절은  그분의 첫번째 오심을 기억하면서 두번째 오심을 기다리면서 준비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루카복음 21장과 마르코 복음 13장은 세상의 종말과 해와 달과 지진과 재난과 멸망에 다한 상징들을

사용하면서 소위 특이한 묵시문학적 표현 양식을 통해서 복음사가들은 바로 희망과 위로를 주려고

합니다. 이 메시지의 골자는 "이제 어려운 시기가 올 것이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돌아가실 것이다. 

그러나 희망을 가져라. 하느님이 언제나 너희와 함께 계신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어려운

때를 위한 메시지입니다. 이러한 형태의 문학양식은 예수님이 세상에 오시기 전, 이스라엘에

어려움을 겪던 시절, 기원전 2세기에서 기원후 2세기까지 유행하던 문학양식이었습니다.

구약의 다니엘서에서 신약의 묵시록에서처럼 이런 양식을 통해서 "너희가 멸망을 본다하더라도

희망을 가져라 하느님을 신뢰하여라. 그리고 깨어 준비하고 있어라. 준비를 잘 할 수 있도록 늘

기도하라."고 당부합니다.

 

대림절은 어두운 세상 속에서 인내하고 신뢰하면서 기다리는  순례자의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시기입니다. 인생은 그 자체가 기다림이고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하느님을 기다린다는 것은 너무도 감격스러운 일입니다.

종말이란 하느님을 대면하는 때이고 구원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세상의 종말이 마치 세상이 끝장나 버린 것처럼 보이지만 믿는 이에게 이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요, 새로운 희망을 선포하는 것이 오늘 루카가 전하는 그리스도교의

종말론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종말론은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끝난 것처럼 보이고 이제는

마지막인 듯이 보여도 그것이 끝이 아니라고 희망하게 만드는 근거는 오직 하느님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대림시기는 해마다 종말을 바라보며 내적으로 깊이 자신을

돌아보도록 합니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무너나고 다 지나간다 해도 우리를 떠받치고 있는

삶의 중심이 무엇인지, 우리의 삶에 의미와 방향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무엇이 영원하고, 우리가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할지를 새롭게 묵상하는 시기입니다.

하느님은 충실하신 분, 희망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그분에게만 모든 것을 걸 수

있습니다. 그분의 말씀은 약속과 희망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든다는 말은 깨어 일어나 다시 시작한다는 말입니다. 종말을 향해서만이 아니라

무엇보다 이미 시작되고, 우리 안에 있는 하느님 나라를 살아내기 위해서 지금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대림시기를 시작하며 제단 앞에 보랏빛 촛불을 밝히는 것은 이러한 기다림과 희망에 관한

상징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우리는 세상 안에서가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희망을 다시금 얻을

것이라는 상징입니다. 우리는 세상에서는 실패하고 상처받고 울었을지 몰라도 하느님 안에서는 그

실패를 통해 성공할 것이고, 그 상처를 통해 치유받을 것이며, 그 울음을 통해 웃을 것이라는

상징입니다.

 

대림초가 한 개 밝혀졌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수많은 이들이 삶에 좌절하고, 희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실망과 낙담, 포기가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 우리가 바로 신뢰의 사람,

희망의 표시가 되아야 합니다. 이제 우리가 지금 여기에 하느님의 나라가 우리 안에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 다르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2008년 대통령 선거에 나선 오바마는 '지지자들을 동원하기 캠페인 슬로건'으로 "그래 우리는 할 수

있어."를 내세웠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비젼을 되찾고 희망 속에 그 비젼을 행해 나아가도록 영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하느님 나라의 비젼을 심어주셨습니다. 이 비젼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사도 바오로의 확신을 가지고 우리의 삶도, 

세상도 결코 허무로 끝나지 않을 것을, 모든 것이 하느님 나라로 이어질 것임을 증언하는 대림시기의

사람이 될 것을 다짐합시다. 오늘 이 희망, 기대, 기다림과 믿음이라는 아름다운 단어들이 다시금

우리 안에 굳건히 자리하기를 기도하며 기다립니다.

 

그래서 한귀퉁이 세상의 어둠을 더 밝게 만드는 빛이 되어 우리가 어둠운 세상의 희망의 표징이

되십시다. 이는 우리가 온 세상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함으로써 실현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